보건복지부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의 11일 국정감사는 본격적인 감사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비판 발언을 두고 여야가 논란을 빚었다. 국정감사 개의가 선언되자마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문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뒤질세라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문 대통령을 적극 엄호하면서 공방전이 가열됐다.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또 이렇게 정쟁으로 시작된 셈이다.

이번 여야 간 정치공방의 빌미를 제공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국정감사 첫날인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판문점선언 비준이 안 되고 있고 헌법재판관 3명의 공백사태 등을 언급하면서 국회의 자성과 책무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의 논리나 취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하필 국정감사 첫날에 대통령이 국회를 비판하는 것은 결국 국정감사에 대한 대통령의 야당 견제로 오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권력과 정부를 견제해야 할 야당 입장에서는 듣기가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내용적으로 볼 때 판문점선언 비준 문제 등은 청와대와 여권이 야당의 동의와 협조를 이끌어 낼 책임이 있다. 그것이 정치력이며 협치의 관건이다. 그럼에도 그 책임을 야당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겠다는 당초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옳으니 그대로 따라야 한다’면 굳이 국회가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찬성하는 여당, 반대하는 야당도 모두 국민의 대표요, 국회의 일원이다.

물론 문 대통령은 정말 답답할 것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사법농단을 비롯한 적폐청산에 총력을 쏟고 있는데도 특히 자유한국당이 별로 협조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치 ‘운명’처럼 이러한 정치현실 위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대화와 설득, 협치와 양보를 강조하는 것이다. 당연히 집권세력이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민주정치의 강점이며 동시에 통합과 화합의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작심한 듯 국회를 향해, 아니 자유한국당을 향해 쓴소리를 한 것은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혹여 문 대통령의 인기를 감안해서 ‘여론몰이’를 의식했다면 이는 더 부적절하다. 오히려 정쟁을 촉발시키고 야당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는 얘기다. 11일 열린 보건복지위의 국정감사 현장이 이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회의 일은 국회에 맡겨야 한다. 야당이 미덥지 못하면 국정 책임자로서 비판보다 대화와 설득이 먼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