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묻지마 범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폭력범죄 37만건 중 분노범죄 41.3%

분노조절장애 환자, 3년간 꾸준히 증가

“대화 위한 커뮤니케이션 장 마련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한 남성이 이태원에서 행인에게 아무 이유 없이 맞았다며 묻지마 폭행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 남성은 코뼈가 부러지고 광대뼈가 함몰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20대 남성 A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일 자정을 넘긴 시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모 클럽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편의점에 가던 중 가해자 B씨와 눈이 마주쳤다. B씨는 돌연 “뭘 쳐다보냐”며 A씨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후 B씨는 A씨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쓰러진 A씨는 B씨에게 한 시간 정도 더 폭행을 당했다. A씨는 “이러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사회가 ‘폭력’으로 멍들고 있다. 이른바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묻지마 폭행 등 범죄가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 분노조절 장애는 정신적 고통이나 충격 이후에 부당함, 모멸감, 좌절감, 무력감 등이 지속적으로 빈번히 나타나는 사회 부적응 반응의 한 형태다.

특히 행인에게 폭언을 퍼붓고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하고, 운전으로 다른 운전자를 위협하고,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등 ‘욱’해서 저지르는 분노조절장애 유형의 범죄(분노범죄)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경찰청 자료인 ‘2015 통계연보’를 보면 지난 2015년 상해나 폭행 등 폭력범죄 37만 2723건 중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거나 현실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분노범죄는 41.3%(14만 8035건)를 차지했다. 10건 중 4건은 충동적으로 저지른 범죄라는 것이다.

이 같은 분노범죄는 대부분 작은 시비로 시작해 폭행이나 살인으로까지 이어진다. 실제 지난 6일에는 경기도 부천시 소사본동에서 한 남성이 함께 술을 마시던 이웃을 홧김에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또 지난 8월에는 광주 북구에서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던 20대 아들이 50대 아버지를 의자와 아령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분노범죄는 방화나 동물 학대로도 나타난다. 지난 26일에는 경남 창원의 한 식당에서 60대 남성이 말다툼을 하다 홧김에 불을 질러 4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남성은 경찰에 자신이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8월 청주에서는 자신이 키우던 진돗개를 둔기로 때려죽인 50대가 경찰에 입건됐다. 진돗개가 말을 듣지 않고 시끄럽게 굴어 화가 나서 그랬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에는 한 남성이 이웃과 다툼을 벌이다 화를 주체 못한 나머지 옆에 묶여 있던 자신의 반려견 8마리 중 7마리를 흉기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이 분노범죄를 유발하는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줄지 않고 매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분노조절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5년 5390명, 2016년 5920명, 2017년 5986명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이러한 분노범죄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성취지향적인 사회분위기가 개개인을 상대적 박탈감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상빈 심리치료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정서적 고립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바쁜 사회 분위기 속 정신건강이 취약한 약자들은 심리적 불안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은 “분노를 잘 다스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우리사회에서는 소통과 대화를 위한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나, 불안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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