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평양 발언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평양에서 열린 10.4남북공동선언 11주년 기념식을 마친 다음날,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 북한 정치인들과 대담하는 자리에서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정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또 이날 대담이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서 “평화체제가 되려면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발언이 논란의 발단이 된 것이다.

집권당 대표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야당에서는 “도를 넘었다”며 맹공을 퍼부었던바,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가) 북쪽에 가서 보안법 폐지를 상사에 보고하듯 하느냐 비난하기도 했다. 또 이주영 국회부의장마저 나서서 “이해찬은 집권당 대표로서 ‘정권을 평생 뺏기지 않겠다’고 헌법정신을 짓밟는 발언으로 북의 비위를 한껏 맞춰줬다”는 지적성 성명을 내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야 간 원활한 관계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장단의 일원으로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이 부의장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등 논란이 확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해찬 대표는 집권당 대표이기에 일거수일투족에 신중해야 하고, 말과 행동의 결과가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북한에 가서 하는 말은 대한민국의 법통과 국시(國是)에 어긋나지 않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 대표가 한 말 가운데 ‘정권 유지’ 발언은 정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정권은 뺏고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집권당으로서 좋은 정책을 펴서 민심을 계속 얻으면 대선에서 자당 후보가 당선되면 정권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를 헌법정신이나 정당의 목적을 훼손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국가보안법’ 발언을 꼭 그 자리에서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북한은 지금도 조선노동당규약에 공산주의 적화통일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이 없었다면 보안법 자체가 제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대표가 보안법 문제를 꺼내야 했다면 노동당규약 수정도 요구했어야 마땅하다. 이 대표의 평양 발언을 두고 논란을 삼는 것을 정치권의 이해타산(利害打算)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여당 대표이기에 신중했어야 마땅하다. .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이후 우리 정부는 숱하게 북한에게 뒤통수를 맞은 전력이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다. 좋은 일일수록 지도자는 만 가지 경우를 생각하고 진중하게 움직일 필요성이 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이 달린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말 한마디라도 가볍게 던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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