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10월 2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임명장을 수여했다. 유은혜 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은혜가 눈물겹게 느껴진다. 청와대는 인사 7대 배제 기준(병역기피,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음주운전, 성범죄)을 정해서 주요 직책에 비리자를 임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 장관은 잘못과 의혹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해명해서 임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말을 뒤집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코드인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주민등록법 제37조 3항에 위장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된 엄연한 범법행위다. 서민들의 위장전입도 무죄인지 묻고 싶다.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부 장관으로서 위장전입 탓에 도덕성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여겨져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야당만 무시하는 것이 아닌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국회에 인사청문회라는 절차를 둔 근본적 이유마저 훼손하고 있다. 국민보다 인맥, 코드, 보은을 더 중요한 요소로 본다는 이야기다.

교육부 장관은 장관 중에서도 제일 깨끗해야 할 자리이고 교육은 100년지 대계라 했다. 위장전입 8회, 도로교통법을 59차례나 어겨도 교육부 장관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도덕불감증이 문제다. 교육부 장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도덕성이 아니었는데 그동안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사람들은 억울하겠다. 교육에 관한 전문 경력 하나 없는데 일을 잘할 것이란 근거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의문이다. 산적한 교육 현안을 해결하고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 과제를 이어 가기는커녕 김상곤 장관과 바통만 주고받아 더 많은 저항과 반발에 부딪쳐 좌초될까 걱정이다. 유은혜 장관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청와대의 인식이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장관들은 왜 구속이 되고, 국민들은 왜 촛불을 들고 길거리로 나섰는지 돌아봐야 한다. 오십보 백보의 차이만 느껴질 뿐이다.

청문회에서 1년 6개월 후 국회의원에 불출마하겠다는 약속조차도 안 하는 인물을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교육을 백년지대계로 보지 않는 대통령의 시각을 나타낸다. 가뜩이나 김상곤 장관 때문에 교육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폭등한 상황에서 교육부 장관 인사를 오직 아집으로 처리하고 말았다. 교육부 장관은 최소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인물을 찾아야 한다. 교육정책은 장기적이고 시간이 걸리며 그만큼 대통령의 생각이 녹아들어야 한다.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 배석해서 웃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 장관에 적격하다고 확신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국민들의 뜻에 따라 철회해야 합니다”라는 충언도 못하면 국민을 생각해 표정관리라도 해야 한다. 진지함이나 미안함조차 없이 뻔뻔하게 미소 짓는 모습에 국민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유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며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하는 그 미소가 임기가 끝날 때도 이어지기 바란다.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고까지 했다. 자격 미달에 도덕적으로도 결함이 있는 전설 속 인물 같은 사람을 장관에 임명하면서 말이다. 국민들이 다시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들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다는 건지 묻고 싶다. 유능하다는 주변의 참모들은 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충언하고 있는 것인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앞으로 교육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모든 학생 한명 한명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면서 미래사회에 대비한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장관이 된 지 하루 만에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고, 유치원 영어교육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정책을 수정하겠다며 인기위주의 정책을 마음껏 발표했다. 정책은 일방적으로 혼자서 발표해서 될 일이 아니고 관련부처와 반드시 합의를 거쳐야 실현이 가능하다는 기본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 같다.

이건 적폐 청산이 아니라 새로운 적폐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전문성과 도덕성은 상관없이 자기 측근들만 쓰겠다며 국민들에게 선전포고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판문점에서 남북정상이 만날 때! 평양에서 연설할 때 진심으로 박수치며 축하했다. 하지만 교육부 장관 임명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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