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원전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 64조?
[팩트체크] 원전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 6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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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를 보관 중인 원전 내 저장수조. (제공: 원자력환경공단)
사용후핵연료를 보관 중인 원전 내 저장수조. (제공: 원자력환경공단)

안전기준·절차 따라 늘어날 가능성 높아

사용후핵연료 방사능 최소 10만년 지속

지하수 없는 암반층 지하 500m에 밀봉

공론화·부지선정·실증연구에 수십년 소요

[천지일보=박정렬 기자]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지난 5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총 처리비용이 64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 의원은 앞서 4일에는 원전 내에 마련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곧 포화돼 월성원전의 경우 2022년이면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지적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있었지만 그 사이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전 사용후핵연료와 그 처리 문제를 짚어 본다.

◆사용후핵연료, 5년 쓰고 10만년 격리

원전 우라늄 원료는 보통 4.5년을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낸 후 역할을 마치게 되는데 그래도 고열과 방사능은 남는다. 원전 내 저장수조에서 6년동안 열을 식힌 사용후핵연료는 임시저장시설에 우선 보관된다.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이 없어지기까지는 최소 10만년이 걸린다. 1000세기 동안 방사능 유출이 없도록 폐기물을 꽁꽁 싸매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안전한 시설이 필요한데 현재 지구상에는 이 사용후핵연료를 최종적으로 보관하는 시설을 갖춘 국가는 없다. 핀란드는 현재 건설 중이고 스웨덴은 부지를 선정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영구처분시설은 아니더라도 그 전 단계인 중간저장시설(30~80년 보관)도 마련돼 있지 않다. 경주에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있지만 이곳은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어기구 의원이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율이 월성원전 88.3%, 한울원전 77.4%, 고리원전 76.6%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성원전은 현 추세대로라면 2021년에는 완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저장시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월성원전은 2022년경부터는 가동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 어 의원 측의 설명이다.

고준위방폐물 처분 예상비용 내역. (출처: 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방폐물 처분 예상비용 내역. (출처: 원자력환경공단)

◆너무 비싼 처리 비용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은 지진활동 가능성이 없고 지하수 흔적이 없는 두꺼운 암반층을 찾아 최소 500m 이상 깊이에 건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조건에 맞는 지질구조를 찾을 수 있을지 확언할 수 없다. 지진에 안전하다고 했지만 방폐장이 있는 경주에 2016년 9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5일 어기구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준위방폐물 총 처리비용은 64조원이 넘는다. 중간저장시설에는 건설비 3조 7114억원, 운영비 22조 3381억원 등 모두 26조 3565억원이 필요하고 영구처분시설에는 건설비 6조 9024억원, 운영비 27조 5649억원 등 총 37조 7736억원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 비용은 제7차 전력수급계획을 근거로 36기 원전이 설계수명까지 가동된다는 것을 전제로 2016년 산정된 것이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비용 추산은 내년에 공론화 과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준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해 비용이 더 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구처분시설 건설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는 스웨덴은 전 국토를 대상으로 30년 동안 지질조사를 한 후에 포스마크 지역을 부지로 선정했다. 그리고 영구처분시설과 같은 환경인 지하 500m에 1995년 연구시설을 마련해 놓고 20년 넘게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보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네바다주 유카마운틴에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하고 지질조사 등 연구활동을 하며 400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지하수 흔적이 발견되고 주정부가 반발하면서 결국 부지 선정이 취소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원자력연구원이 지하 120m 깊이에 연구시설을 마련해 사용후핵연료 처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깊이 500m에서 20~30년에 걸친 실증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경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내부 모습. (출처: 뉴시스)
경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내부 모습. (출처: 뉴시스)

◆절차 및 안전 기준 따라 기간·비용 변동

이처럼 우리나라도 높아지는 안전 욕구에 맞춰 스웨덴과 같이 전 과정에서 꼼꼼한 절차를 밟아 나간다면 비용은 당연히 상승할 것이다. 또는 미국과 같이 시행착오를 겪어도 그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5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28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부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경주 방폐장이 들어서기까지 우리 사회가 겪었던 문제를 알기에 10년 이상 계획을 세우고 부지 선정을 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론화, 지질조사, 부지 선정, 건설 비용 등 산적한 문제가 많지만 무엇보다 사회갈등 우려가 크다. 어 의원도 처리비용 64조원에는 방폐장 입지 선정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사회적 갈등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기구의원실의 조영학 보좌관은 “중·저준위 방폐장이 마련되기까지 30여년이 걸렸고 지역 갈등도 컸다”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후보지는 정해진 바 없지만 설령 후보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지역을 지금 거론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해 부지 선정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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