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영덕=송해인 기자] 8일 영덕 강구시장 앞에서 굴착기가 물에 젖은 폐자재들을 치우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8
[천지일보 영덕=송해인 기자] 8일 영덕 강구시장 앞에서 굴착기가 물에 젖은 폐자재들을 치우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8

강구시장 침수피해로 상인들 ‘울상’

집중호우에 학교 담벼락도 무너져

영덕군 “복구에 최선을 다할 것”

[천지일보 영덕=송해인, 원민음 기자] “물이 서서히 찼으면 피하기라도 하지, 갑자기 들이닥쳐서 그냥 몸만 빠져나왔어. 일요일에 다시 돌아오니까 냉장고 5대가 모두 넘어지고 바닥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됐어.”

8일 영덕 강구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이영희(65, 여, 강구)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계속 같은 말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는 지난 6일부터 온 제25호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비가 경북 동해안에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덕군, 특히 강구면은 큰 피해를 봤다.

영덕에서는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309.5㎜의 비가 쏟아졌으며, 사망 1명과 1400여 가구의 침수 피해를 남기고 집중호우는 잠잠해졌다. 영덕 지역 내에서도 바다와 가까운 강구면에 피해가 가중됐고 강구항에서는 어선 15척이 떠내려갔다. 또 농경지 217㏊가 침수되거나 매몰되는 피해를 봤다고 영덕군 관계자는 밝혔다.

이번 태풍으로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장 일대의 피해가 가장 심했다. 이틀 전인 6일 시장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차올라 시장 전체가 잠겼다. 태풍이 지나가고 물이 빠진 7일부터 상인들은 가게 물건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느라 분주했지만, 상가나 길 곳곳에는 침수피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천지일보 영덕=송해인 기자] 8일 영덕 강구시장 가게에서 국군장병들이 침수피해를 입은 가게를 청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8
[천지일보 영덕=송해인 기자] 8일 영덕 강구시장 가게에서 국군장병들이 침수피해를 입은 가게를 청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8

“시장 전체적으로 피해가 너무나도 큽니다. 특히 태풍이 온 날에는 보트로 사람도 태워서 다녔어요”

이날 만난 임문식 강구신협 이사장의 말이다. 임 이사장은 “철도 옆 도로에 배수 역할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물이 범람해 피해가 더 심해진 거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해숙(68, 여, 강구 오포2리)씨는 “토요일 오전에 비가 많이 내려서 두 시간 만에 집이 완전히 잠겼다. 귀중한 것만 챙겨서 길 위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며 “동생 집에 있다가 일요일 오전에 집에 와보니 냉장고와 모든 가구가 다 엎어져 있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침수 후 시장가게 안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가게에는 무거운 냉장고가 쓰러져 있었고 컨테이너 형태의 대형 냉동 창고도 위치가 바뀌어 이번 태풍의 위력이 얼마나 컸는지 느끼게 해줬다는 후문이다.

축산면의 일부 주민은 침수의 원인으로 많은 양의 비도 맞지만 하천 다리가 물의 흐름을 방해해 마을로 물이 들어온 걸 꼽았고 배수펌프의 오작동이나 하수의 역류도 지적했다.

태풍으로 강구초등학교 담벼락이 무너진 모습 ⓒ천지일보 2018.10.8
태풍으로 강구초등학교 담벼락이 무너진 모습 ⓒ천지일보 2018.10.8

박지연(31, 여)씨는 “이 주변이 비 오는 양에 비해서 물에 잘 잠기는 지역이다. 그리고 2년 동안 100억원 대의 돈을 들여 펌프대를 지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비가 온 뒤 가동하니까 펑 소리가 나더니 작동이 안 됐다”면서 “이후 배수시설도 작동이 제대로 안 되고 펌프장도 안 되고 바닷가 수문 배수 가동도 안 되니 둑도 넘치고 7번 국도부터 다 잠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기도 3일간 들어오지 않아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됐었다”며 “형식적인 도움이나 두루뭉술한 대책 말고 확실한 정책을 마련해 독거노인이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먼저 안정되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강구시장 일대 다른 지역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강구초등학교는 담벼락이 무너져 있었고 옆의 교회도 내부에 물이 들이닥쳐 당장 사용이 불가능해져 있었다. 또한 주변 마트에는 식품들이 다 물에 잠겨 폐기하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영덕에서 태풍에 따른 침수 등으로 1300여 가구 2200여명이 대피했으며 현재는 이재민 551명이 대피소에서 임시로 지내고 있다.

[천지일보 영덕=송해인 기자] 8일 영덕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농협직원들이 침수피해를 입은 식품을 폐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8
[천지일보 영덕=송해인 기자] 8일 영덕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농협직원들이 침수피해를 입은 식품을 폐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8

피해를 본 영덕 시민을 위해 국군장병들과 경찰, 한전 직원들과 공무원 및 자원봉사자들 모두 진흙과 젖은 가구들을 치우고 청소를 하는 등 응급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또한, 지자체는 토사가 흘러내린 곳이나 유실된 도로도 복구해서 피해 주민 식사와 세탁, 방역과 물에 잠긴 가전제품 수리 지원에도 나섰지만, 아직 안정되기엔 일손이 부족하다는 아우성도 들렸다. 경상북도는 응급복구비로 5억원을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으며 영덕군과 함께 응급복구반을 편성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현재 침수된 주택 내부와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청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주택과 농작물이 많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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