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유방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연구팀 분석 결과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 발생 양상이 서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에 육박했던 40세 미만 젊은 유방암 환자 비율은 점점 낮아져 2년 후인 2020년께는 서구와 엇비슷한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8일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남석진·김석원·이세경 교수 연구팀이 1990년 이후 한국유방암등록사업에 등록된 환자 10만 8894명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 젊은 유방암 환자 비율이 유달리 높은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유방암 연구 및 치료(Breast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40세 미만 유방암 환자는 1만 6877명으로, 전체 분석 대상의 15.5%로 조사됐다. 전체 환자 수로 보면 우리나라 역시 다른 아시아권 여성과 마찬가지로 젊은 유방암 환자 비율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시기별로 살펴보면, 40세 미만의 유방암 환자 비율은 1990년대 30%대에 가까웠으나 2010년 무렵부터 10%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비율은 앞으로 2년 후인 2020년에는 5% 안팎으로 감소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국내 유방암 환자 증가세는 지난 2007년 이후 다소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환자 수는 해마다 4%가량 늘고 있다. 이는 40세 미만 젊은 유방암 환자가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젊은 유방암 환자에게서 비교적 예후가 좋은 임상적 유형인 ‘루미날 A(Luminal A)’ 환자가 증가한 것도 주목된다. 루미날 A형에 속하는 유방암 환자는 여성호르몬 수용체(ER+/PR+)는 양성이지만 성장호르몬 수용체(HER2-)는 음성인 경우를 말한다.

올해 남석진 교수 연구팀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유형은 서구권 유방암 환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주요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서구권은 비율이 43.7%에 달했지만, 아시아권은 28.3%로 낮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유전적 소인은 과거와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환경적 요인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서구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여성들도 동물성 지방 섭취량 증가, 비만 인구 증가 등 요인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40세 미만 환자들의 유전적 소인에 따른 발병을 막을 방법은 아직 없지만, 환경적 요인에 따른 유방암 위험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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