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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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 일이다. 끝은 없지만 하면 할수록 잘 될 것 같은 일이 건축이지만 아무리 챙겨도 끝이 없는 것이 건축이다. 건축 하는 과정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욕심이다. 하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다 채워낼 수 없기 때문에 그중 어떤 부분은 포기하거나 타협하고 어떤 부분은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과정들을 반복하며 건축물은 방향을 잃는다. 부족함 없이 다 채워낼 수 없는 것이 건축이다.

수학 풀이처럼 명쾌하지 않으며 생각한 대로, 이끄는 대로 따라오지 않는다. 마치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인다. 봄의 상황이 다르고 여름의 여건이 다르다. 올해가 다르고 내년이 또 다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번, 혹은 나는 변화하는 여건과 무관하게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기도 한다. 많은 건축주가 말한다. 다 짓고 보니 들어갈 만큼은 들어갔다고 말한다.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면 조금 더 노력하고 상황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런 부분이 좋다. 주택은 살기 위한 기계장치이기 때문에 살기 위한 노력의 결실로 탄생한다. 

삶과 죽음의 어느 접점에 닿아있기 때문에 간절하고 절실하다. 절실해서 오히려 실수를 만든다. 반대로 부족함은 덧살을 만들어 살을 찌운다. 그렇게 풍부해진다.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고 했다. 부족한 것은 풍성해지고 오래된 것은 결여된 부분의 연속이기도 해서 풍부해지는 것은 아닐까? 

부족함이 지속 가능한 삶을 지향하고 몸에 맞는 삶을 만든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스스로에게 맞는 삶이 완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건축은 부족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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