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급 시 단일민족의 힘 보여… 일제강점기·산업화 거치면서 의미 퇴색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반만 년의 역사를 배운다. 한민족이자 배달민족이며 그 뿌리는 단군이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하늘에서 내려온 환인(하느님)의 아들 환웅의 후손이며, 단군이 ‘조선’이란 나라를 세웠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그러나 대부분이 단군 이야기를 ‘건국신화’로만 인식할 뿐 역사로 인정하는 이들은 극소수다. 100여 년 동안 단군은 설화였고 신화였다. 이렇게 토테미즘이 가미됐다고 믿어 왔던 건국신화가 최근 들어 다시 집중 받고 있다. 바로 ‘신화’가 아닌 ‘역사’라는 주장이 역사학자 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 4342주년 개천절을 맞아 ‘단군 이야기’가 역사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했으며,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선조들은 외침 등 나라가 위급할 때마다 한민족이라는 둘레 안에서 잘 싸워 이겨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단군 이야기는 단군의 자손이라는 의식이 대중화되면서 독립운동의 원동력이 됐다.

선조들뿐 아니라 오늘날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 역시 1997년 외환위기를 ‘금모으기 운동’을 펼치면서 하나가 됐다. 이처럼 시대를 막론하고 위기를 대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민족’ ‘한겨레’ ‘배달민족’ 등 단일민족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게 결속력을 다지는 단일민족은 단군 이야기를 근간으로 두고 있다.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에 따르면 환인(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인간세상을 구하고자 3개의 천부인을 지니고 태백산 꼭대기의 신단수(神檀樹) 밑에 내려온다. 하늘에서 신이 내려왔다고 해서 신단수 밑을 ‘신시(神市)’라고 불렀으며, 이곳은 민족의 터전이 됐다. 환웅은 바람과 비, 구름을 다스리는 풍백(風伯)·우사(雨師)·운사(雲師)를 거느리고 세상을 다스렸다. 이후 환웅과 웅녀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이 조선을 세웠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음력 10월 3일을 개천절로 지정했으나, 1949년부터 양력 10월 3일로 바꿔 매년 기념행사를 펼치고 있다. 개천절은 이처럼 민족사의 출발을 축하하는 기념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단군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이후 신화나 설화로 알려졌으나 최근 역사·민속학자 등 학계를 중심으로 ‘역사(歷史)’라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중재 한국상고사학회 회장 역시 “대부분이 개천(開天)을 ‘마늘과 쑥을 먹은 곰이 인간이 됐다는 신화’라고만 생각한다. 웅녀를 단순히 곰이었다고 하는 것은 일제가 조작한 역사 인식”이라며 “민족의 뿌리를 없애려는 일제의 만행”이라고 지적했다.

흔히 사람이 된 웅녀를 진짜 ‘곰’으로 보고 있으나 사실, 곰을 상징하는 부족의 여부족장이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일제가 범한 오류를 정정하지 않고 산업화를 맞으면서 ‘단군역사’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흐려졌다. 특히 계몽사상이 담긴 단군의 홍익인간을 대신해 서구의 물질주의와 개인주의 등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단군은 더욱더 신화 속 인물로 머물게 됐다.

역사학계 및 민속학계는 고대사의 정립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는 전범자를 자국의 영웅으로 떠받드는 일본, 동북공정을 앞세워 고구려와 단군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 사이에서 우리 민족사의 근간이 되는 단군역사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자주성과 독립성, 민족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재 한국상고사학회 회장이 말하는 ‘배달민족’

우리 민족을 흔히 ‘배달민족’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중재 한국상고사학회 회장의 말을 빌리면 ‘배달(倍達)’이란 표현에 민족의 특성이 나타나 있다.

배(倍)는 사람 인(人)변에 설 립(立) 밑에 입 구(口)자로 파자되는데, ‘사람의 입이 섰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무엇이든 만유만물에 대한 이론을 구사할 수 있는 지혜가 열렸다’ ‘크게 깨닫다’라고 풀이된다. 책받침 착(辶)변에 다행 행 또는 행복할 행(幸)자로 이뤄진 달(達)은 ‘많은 학문을 닦아 득도를 통해 지혜가 열려 행복하다’는 뜻을 지녔다.

즉, 배달민족은 한민족 조상이 도(道)를 열어 행복한 민족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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