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김선진 대표가 운영한 생곡재활용센터가 K법무법인에 지출한 수임료 일부가 기록된 자료. (제공: 생곡대책위원회) ⓒ천지일보 2018.10.6
2016년 김선진 대표가 운영한 생곡재활용센터가 K법무법인에 지출한 수임료 일부가 기록된 자료. (제공: 생곡대책위원회) ⓒ천지일보 2018.10.6

생곡대책위 “합의서 실효성 문제있다” vs 부산시 “문제없다”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법무법인에 법률자문? ‘비상식’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시가 ‘환피아(환경+마피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무려 10여년째 피감 관련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법무법인에다 법률자문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논란은 부산시가 부산자원재활용센터(생곡재활용센터)를 인수하기로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생곡재활용센터는 생곡마을 지역주민들의 피해보상용으로 지난 22년 전에 설치된 시설이다.

부산시는 광역매립장 건설 당시인 1996년 쓰레기 반입의 조건으로 재활용센터 운영권을 생곡 주민들에 주기로 합의한 뒤 센터를 개설했다.

센터는 초기 생곡광역쓰레기매립장대책위원회 위원장이던 김선진(78)씨가 대표를 맡아 줄곧 운영해왔다.

이 센터의 운영권을 두고 지난 4월 16일 이근희 부산시 기후환경국장과 김선진 생곡자원재활용센터 대표, 배병문(51) 생곡대책위원장 등은 센터 운영권을 9월 말에 부산시로 넘긴다는 내용의 골자로 ‘부산시 재활용센터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협의서’를 작성했다(본지 지난 9월 3일 자).

생곡대책위 측은 센터 운영권 이관이 임박해지자 김선진 대표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합의서의 실효성 여부를 따지고 나섰다.

문제는 이 합의서에 서명한 재활용센터 김선진 대표가 오래전에 센터의 대표 자격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합의서 자체가 위법하다는 점이다.

재활용센터 사업운영 정관에 의하면 현재 나이가 만 78세인 김 대표는 이미 대표 자격을 8년 전에 상실한 상태다.

재활용센터 정관 제13조(임원 결격자) 4항에는 ‘만 70세 이상의 노약자’가 센터의 대표를 맡을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만 70세에 도달한 날로부터 대표 자격을 잃게 되는 것이다.

또 제15조(임직원의 임기) 1항에는 ‘대표 및 전문경영인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김 대표는 현재 4번 연임으로 11년째 재직 중이다.

지난 4월 16일 주민총회 없이 마련된 ‘생곡재활용센터’ 부산시 인수 합의서. (제공: 생곡마을대책위) ⓒ천지일보 2018.10.6
지난 4월 16일 주민총회 없이 작성된 ‘생곡재활용센터’ 부산시 인수 합의서. (제공: 생곡마을대책위) ⓒ천지일보 2018.10.6

뿐만 아니라 센터 대표가 주민총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운영권을 넘긴 부분도 위법사항으로 지목된다.

대책위는 ‘김선진 대표가 정관에 명시된 사항에 따라 합의서를 작성할 권한이 없다’면서 부산시 감사관실에다 감사를 의뢰했다.

이에 감사관실은 해당 부서인 자원순환과에 세 명의 부산시 자문변호사에게 관련 내용에 대한 답변을 받으라고 요청했다.

이후 자원순환과는 세 명의 변호사에게 의견을 구한 뒤 이 가운데 K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H씨가 보낸 의견서 하나를 감사관실에 제출했다. 이 의견서에는 ‘김선진 대표의 자격에 문제가 없으므로 합의서가 유효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H변호사가 소속된 K법무법인이 10여 년째 김선진 대표가 운영한 생곡재활용센터의 고문변호사를 맡았다는 점이다.

H변호사가 비록 개인 자격으로 의견을 제출했다지만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이해관계를 초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K법무법인은 김선진 대표의 자격 논란을 불러일으킨 정관을 직접 만들었으며 지난 4월 부산시 등 삼자 간에 이뤄진 센터 운영권에 관한 합의서를 공증하기도 했다.

박시규 부산시 법무담당관은 관련 내용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는 단지 자문변호사 6명 가운데 3명을 추천했을 뿐이다. 자기들(자원순환과)이 알아서 피해야 하는데 자문을 받은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해명했다.

박종필 부산시 자원순환과 매립팀장 역시 몰랐다고 해명했다. K법무법인이 합의서를 공증한 사실도 몰랐냐는 질문에는 “그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관을 직접 작성하고 10여 년째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은 정말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팀장은 두 명의 자문변호사 의견서에 대한 열람을 완강하게 거부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의견서만 감사관실에 제출했다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박 팀장은 “3명 중 2명은 문제가 없다고 했고 1명은 다소 애매하다고 의견을 나타냈다”고 말하면서도 설명의 근거가 되는 의견서는 끝내 내놓지 않았다.

생곡대책위 관계자는 “이번 법률자문과 관련한 자원순환과의 행태는 김선진 대표와 이근희 국장을 정점으로 하는 부산시 환경당국 간의 결탁 의혹만 증폭한 꼴이 됐다”며 “이제는 과거의 악습 타파를 부르짖는 오거돈 시장이 직접 나서야 할 것으로 본다”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생곡광역쓰레기매립장 일대 모습. (출처: 블로그 캡처) ⓒ천지일보 2018.10.6
생곡광역쓰레기매립장 일대 모습. (출처: 블로그 캡처) ⓒ천지일보 2018.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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