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천지일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천지일보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우리 직원들은 (신동빈) 회장님 판결에 관심 없어요. 내용도 잘 알지 못하고요. 언론에서 몇몇 직원들 반응을 듣고 불안해한다고 다뤘을 뿐이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2심 선고가 이뤄진 5일 오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만난 한 고위임원이 이같이 말했다. 이번 재판은 수장의 부재로 멈춰있었던 고용과 투자가 풀리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뿐 아니라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취소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중요한 재판이었다. 결과 역시 뇌물죄가 인정되면서 특허 취소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임원의 반응은 거의 무관심에 가까웠다. 

같은 시간 신동빈 회장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언론을 통해 사내의 분위기를 속속 전하기 바쁜 롯데의 다른 계열사들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지난 2015년 사업권을 뺏기며 직장을 잃어 본 경험이 있던 판매직원들의 심정과도 달랐다. 한 판매직원은 “우리는 내용을 잘 모르긴 하지만 관심이 없진 않다”며 “본사 직원들이야 월드타워점이 없어져도 갈 곳이 있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 직원들 전체가 천하태평하게 있는 것처럼 매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신 회장 등 롯데 총수 일가의 선고 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사건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신 회장은 바로 구치소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롯데면세점은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에서도 ‘면세점 특허 청탁’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K스포츠 재단에 낸 70억원은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라는 중요 현안과 관련해 대통령의 직무집행 대가로 제3자 뇌물공여에 해당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관세법 178조 제2항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특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1심 판결 이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사업권 취소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심에서도 롯데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뇌물죄가 성립됐기 때문에 같은 조항에 근거해 업계는 여전히 영업정지 등의 징계나 면허 취소를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월드타워 롯데면세점 외관. ⓒ천지일보
롯데월드타워 롯데면세점 외관. ⓒ천지일보

이에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법원이 뇌물죄를 인정한 것은 특허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특허취소사유에 해당하는 ‘특허 심사’ 부분의 문제가 아니라 ‘특허공고’ 절차의 하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특허모집 절차의 하자는 롯데뿐 아니라 당시 함께 특허를 취득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에도 동일하게 물어야지 롯데 특허만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롯데월드타워면세점 임원 역시 “이렇게 많은 직원의 생계가 달려있는데 특허 취소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며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오히려 확신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특허취소’를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고 봤다. 또한 일자리 문제 등을 빌미로 롯데가 ‘특허 취소가 될 수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부분도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법조문을 가지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청탁이 아니었다면 추가 특허권이 나오지도 않았고, 특허를 받을 수도 없었던 것인데 뇌물과 특허취득이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롯데가 특허취소를 당하면 특허권을 추가로 내준 관세청과 이를 통해 함께 특허를 취득한 다른 업체까지 조사해야 하는 점을 부각시키며 물귀신 작전을 펴고있다”며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정부라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식으로 사안을 덮지말고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곪아 있는 문제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특허가 취소되면 직원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롯데가 이런 점을 강조하며 직원들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유죄를 무죄라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아직 확답은 꺼리는 분위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관세청은 “판결 내용을 확인하면서 면허 취소 여부를 검토하려고 한다”며 “판결에 따라 면허 취소 여부가 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검토한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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