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퓰리처상 수상자, 마사 멘도자…“노근리 사건, 전쟁의 잔혹함 일깨워”
[인터뷰] 퓰리처상 수상자, 마사 멘도자…“노근리 사건, 전쟁의 잔혹함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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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황시연 기자] AP통신 마사 멘도자(Martha Mendoza) 기자가 5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 로비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5
[천지일보=황시연 기자] AP통신 마사 멘도자(Martha Mendoza) 기자가 5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 로비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5

언론계 노벨상 ‘퓰리처상’ 2번 수상
노근리 사건, 동남아 노예노동 보도
기자정신‧팀워크로 ‘펜의 힘’ 보여줘

[천지일보=송태복·황시연 기자] “노근리 사건(No Gun Ri Massacre)은 미군의 전쟁범죄이자, 전쟁의 잔혹함을 깨닫게 해준 사건입니다.”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을 전 세계에 알린 AP통신 마사 멘도자(Martha Mendoza) 기자가 취재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개최한 ‘제3회 국제 탐사저널리즘 아시아 총회(The 3rd Asian Investigative Journalism Conference)’ 참석차 방한한 그를 5일 오후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노근리 사건은 6.25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25~29일 미군이 경부선 철도를 따라 피난하던 주민들에게 기관총 사격을 가해 300여명이 숨진 사건이다. 미군이 3박 4일 동안 쌍굴다리에 숨어 있던 사람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던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마사 멘도자는 동료인 최상훈 기자, 찰스 헨리 기자 등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쳤던 주인공이다. ‘노근리 다리’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1999년 9월 세상에 진실을 알렸고, 이듬해 언론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최상훈 기자를 통해 노근리 사건을 접한 뒤 진상규명을 해서 진실을 알려야한다는 신념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멘도자를 비롯한 AP취재팀은 당시 미국 국방부와 전역한 미군 병사 등을 취재해 진실을 밝혔다. 특히 미 제1기병사단이 “미군의 방어선을 넘어서는 자들은 적이므로 사살하라. 여성과 어린이는 재량에 맡긴다”라는 지시에 의해 노근리 피난민들을 살상한 전쟁범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멘도자는 “한국전쟁 때 미군은 매일매일 일지를 작성했는데, 노근리 사건이 벌어진 기간의 기록이 빠진 것을 알게 됐다”며 “비밀을 풀기 위해 당시 현장에 있던 12명의 미군을 직접 찾아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취재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었던 노근리 사건은 취재과정 만큼이나 보도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취재가 진행되는 1년여간 편집국에선 종종 큰소리가 났다.

멘도자는 “노근리 사건이 ‘미군의 전쟁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조국에 불리한 내용을 보도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큰 갈등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많은 갈등을 겪었지만 억울한 희생자들을 위해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보도를 결정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보도 이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자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유감 표명 성명을 냈다. 이후 한미 양국의 합동조사가 이뤄지고, 2011년 학살 현장 인근에 13만 2200㎡ 규모의 노근리평화공원이 조성됐다. 그는 지난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직접 노근리를 찾기도 했다.

[천지일보=황시연 기자] AP통신 마사 멘도자(Martha Mendoza) 기자가 5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Following Ships, Smugglers & Supply Chains'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10.5
[천지일보=황시연 기자] AP통신 마사 멘도자(Martha Mendoza) 기자가 5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Following Ships, Smugglers & Supply Chains’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5

◆두번의 퓰리처상 비법 ‘사람’과 ‘팀워크’

멘도자 등 4명의 여기자로 이뤄진 AP통신 탐사보도팀은 2016년 동남아 노예노동 시장을 다룬 ‘노예노동에서 온 해산물’로 100회 퓰리처상 공공부문을 수상했다. 퓰리처상 공공부문은 해당 언론사에 주는 상으로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평가된다. 

이 보도는 동남아시아산 해산물이 어떤 노동과 어떤 유통과정을 거쳐 미국 식탁에 오르게 되는지 과정을 폭로했다. 보도이후 노예노동에 착취당하던 노예 노동자 2000명이 구출되기도 했다. 철창에 갇혀 비참한 노예생활을 하는 어부들의 사진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피해자들 중에는 20년 이상 갇혀 있던 이들도 있었다.

당시 AP탐사보도팀은 1년 넘게 취재했음에도 특종 욕심보다는 취재원의 안전을 위해 뛰었고, 2000여명이 모두 구출된 뒤에 보도한 사실이 알려져 더 감동을 줬다. 해당 보도는 가장 위대한 보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천지일보=황시연 기자] AP통신 마사 멘도자(Martha Mendoza) 기자가 5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5
[천지일보=황시연 기자] AP통신 마사 멘도자(Martha Mendoza) 기자가 5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5

멘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그의 특종 비결은 ‘특종 욕심’이 아닌 ‘사람’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늘 ‘약자, 억울한 이들’을 위해 기자의 양심을 걸고 포기하지 않고 취재하고 권력에도 맞섰다. 또 운 좋게도 훌륭한 팀워크가 있었다. 명예는 그의 뒤를 따라온 것뿐이었다.

실제 기자가 멘도자에게서 진정성과 따뜻한 감성을 느끼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현재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멘도자는 탐사보도의 매력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들었다.

‘펜’이 세상을 바로 잡는 데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기자의 직업이 얼마나 숭고하고 매력적인지를 새삼 일깨운 멘도자. 그와의 짧은 인터뷰는 깊은 인상을 남기고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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