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지배구조 개선 속도 낼듯
대규모 투자·고용 급물살 예상
호텔롯데 상장도 재시동 전망
롯데 “국가 경제 이바지할 것”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34일 만에 풀려나면서 그동안 총수 공백으로 제자리걸음이었던 롯데의 경영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선 신 회장이 곧바로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영 현안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8개월여간의 비상경영체제를 마무리하고 신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답보상태였던 투자와 고용, 국내외 인수합병(M&A) 등 경영 현안들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로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만큼 멈췄던 롯데의 경영시계가 다시 빠르게 돌아갈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롯데가 경기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및 신규채용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5대 그룹 중 올해 투자와 채용 계획을 발표하지 못한 곳은 롯데그룹이 유일하다. 롯데는 매년 1만 2000명~1만 3000명을 채용해 왔지만, 올해는 2300명 정도만 선발한 상태다.
그동안 중단됐던 해외사업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그동안 인도네시아·베트남·미국 등 국내외에서 10여건 가량의 투자나 M&A를 추진해왔지만, 그룹 총수 부재가 길어지면서 모두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한 상태였다. 금액으로 11조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투자 결정과 관련한 업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 스틸(Krakatau Steel)이 소유한 타이탄 인도네시아 공장 인근 부지를 매입해 대규모 유화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예상 투자 규모가 약 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양국 정부가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쇼핑·제과·음료·푸드 등 4개 사를 아우르는 롯데지주를 설립했고, 비상장 계열사 6개사도 흡수 합병했다. 하지만 화학, 금융, 관광 계열사 등이 아직 편입되지 않아 ‘미완의 지주사’에 불과하다. 지배구조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던 신 회장이 석방된 만큼 이들 계열사의 지주사 편입도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 IPO(기업공개)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일본 계열사들의 지분율을 낮추고 한국 롯데그룹이 일본 롯데에 종속돼 있는 구조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이에 신 회장은 조만간 지주사 전환 완성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 등에 대해 일본 롯데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신 회장은 이들에게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것에 따른 배경을 설명하고, 변함없는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6년 10월 경영비리 관련 검찰수사가 끝난 뒤 발표됐던 5년간 40조원 투자, 7만명 고용 계획 등 롯데그룹 개혁안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롯데는 이날 신 회장 판결 직후 공식 입장을 통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그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 나가는 한편,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올해 2월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뇌물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경영비리 사건의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