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군이 11일 제주민군복합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해상사열 때 자국기와 태극기를 게양해 달라고 일본을 포함한 참가국에 요청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4일 밝혔다. 다시 말하면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에 일제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욱일기)’를 달고 참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외교 및 국방 관계자들을 통해 일본 정부에 우리 국민의 뜻을 전달했지만 일본 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심지어 욱일기 게양은 ‘주권 문제’라며 오히려 우리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 아베 정부의 군국주의적 극우 노선에 대한 우려와 문제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제의 침략과 만행,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은커녕 마치 보란 듯이 더 노골적으로 군국주의적 망언과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화해’를 위한 것이라며 10억엔을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이 ‘던져주는 식’의 행태는 반성 없는 권력의 오만함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최근에 새로 구성된 ‘4차 내각’에는 취임 첫 날부터 ‘교육칙어’를 칭송하거나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망언한 인물 등 극우성향의 참모들이 대거 포진됐다. 말 그대로 ‘아베의 극우 망언 내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 총리의 조각(組閣) 문제는 말 그대로 내치의 문제요, 주권 문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각이 정부의 의지를 상징하는 이상, 이웃 국가에 대한 관심과 역사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야 한다. 그것이 문명국가의 잣대이며 국가발전과 인류공영에 기여하는 최소한의 상식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일찌감치 이와는 정반대의 길로 갔다. 이런 아베 정부가 우리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욱일기’를 달고 제주도로 오겠다며 계속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정부가 결단할 때가 됐다. 아베 정부의 합리적 판단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면 이번 관함식 행사 때 일본 해상자위대 초청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관함식(觀艦式)이란 국가원수 등이 해군 함대를 검열하는 일종의 ‘해상 열병식(閱兵式)’이다. 이 행사에 외국 군함을 초청하는 것은 상호 군사적 교류와 신뢰를 높이기 위한 외교 행위인 셈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자리에 과거 조선 침략을 상징하는 ‘욱일기’를 달고 오겠다는 것은 우리 국민을 다시 욕보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짙게 깔려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 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 초청을 전면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감정적 대응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려는 원칙이며 전쟁과 냉전의 역사를 청산하겠다는 시대적 요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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