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비핵화,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전면·동시 조치 해야”

[천지일보=이솜 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4일 “정상적인 비핵화 방법대로 북한에게 핵리스트를 받아내고 모든 핵무기와 핵시설에 대한 전면적이며 동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데일리엔케이 칼럼을 통해 “북한이 내놓은 ‘살라미 핵폐기 방식’을 받아들인다면 주도권을 잃고 북한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강조한 ‘일방적 선(先) 핵폐기 반대’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하자는 제안은 ‘핵리스트는 절대 줄 수 없으니 영변핵시설 폐기 등 포기 가능한 대상과 종전선언을 교환하자’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추가 비핵화 조치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먼저 폐기하겠으니 핵리스트 요구는 내려놓고 종전선언 체결 후 제재도 완화해달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북한이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별로 하자’는 제안은 비핵화를 전반적으로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에 위협이 되는 장거리 핵미사일로 제한하며 핵시설도 전반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낡았거나 필요 없는 것만 선택해 폐기하는 ‘살라미 핵폐기’로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만일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를 전반적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정상적인 방식을 포기하고 북한이 내놓은 ‘살라미 핵폐기 방식’을 받아들인다면 주도권을 잃고 북한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핵 폐기를 ‘살라미 방식’으로 한다면 미국도 장거리 핵미사일을 폐기시킨 대가로 제재를 일부 완화시켜줄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핵위협이 감소될수록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시설에 대한 전면적이며 동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해가야 한다”며 “김정은도 전반적이고 동시적인 핵폐기를 받아들여야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비핵화를 실현하고 경제건설에 모든 것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