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시민주권 홍보기획위원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종종 한국, 특히 한국의 교육에 대해 언급해왔다. 특히 그의 한국교육에 대한 언급은 칭찬일변도(一邊倒)여서 쑥스럽기조차 하다. 최근의 주요한 언급만 꼽아보자.

“지난해 방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교육분야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 대통령이 ‘한국 부모들의 요구가 너무 많다는 것’이라면서 ‘한국 부모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자녀들이 영어 배우기를 원하는 바람에 많은 원어민 교사를 들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략) 이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일이며, 다름 아니라 세계에서 우리가 최고라는 점이 위태로운 처지에 있는 것이다.” (2010.2.22. 백악관에서 전국 주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아이들이 한국이나 싱가포르 아이들의 뒤를 따라가는 동안 교원노조와 (교육) 개혁론자들이 싸우는 통에 교육 논쟁의 쳇바퀴만 돌아간다. 지금 우리보다 교육을 더 잘 시키는 국가들이 미래에 우리를 능가할 것이다.” (2010.2.6 워싱턴 D.C.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에서)

“한국의 어린이들은 비디오 게임이나 TV시청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2009.12.4 펜실베니이아주 알렌타운에서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찬사에 대해 양심있는 인사라면 누구나 낯이 뜨거웠을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사교육에 학부모의 등이 휘고 교육계의 고질적인 비리가 여전한 것이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립형 사립고 확대와 경쟁우선 수월성 교육을 골자로 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그간 숱하게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최근 실시한 MB정부 정책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육정책은 10점 만점에 낙제점인 4.3점을 받았다.

이처럼 한국사회 내부에서는 MB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논란이 격화하고 있는데 정작 바다 건너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교육을 본받으라고 하니 누구나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아마도 오바마가 한국교육의 외형적 현상만을 가지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미국 교육에 채찍을 가하려고 일부러 오버했거나 한국의 과도한 교육열의 실체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상황을 일거에 정리해줄 만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 1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란 베스트셀러를 펴내 화제를 모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미치 앨봄이 최근 한국을 다녀간 뒤 한국교육의 현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미국 신문에 썼다. 방한 중 청소년 독자들을 만나고 한국교육계를 돌아봤던 앨봄은 귀국 후인 12일 디트로이트프리프레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교육에 대한 칭찬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앨봄은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오래 공부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나는 미국에서 한국식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하고 “왜냐하면 한국식 교육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앨봄은 “한국에서 아이들이 늦은 밤에 교복을 입고 집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주말까지 공부하는 것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이다”고 말하고 “한국 아이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앨봄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학교수업을 1개월 늘리면 미국 아이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한국 아이들처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시한 모든 것들은 다소 순진한 생각이다”라고 비판했다. 백번 옳은 지적이다.

독자여러분들도 디트로이트프리프레스(http://www.freep.com)를 찾아 기사 원문 전체를 한 번 보시기 바란다. 모리 선생님의 휴머니즘 철학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 앨봄의 눈에 비친 우리 한국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불쌍한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