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5월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5월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한달 만에 재확정된 방북 계획
대화 재개 속 물밑 진전 가능성
비핵화 ‘빅딜’ 가능성 탐색
양측 입장 되풀이하면 악효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된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다시 확정되면서 비핵화 협상 진전이 주목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과 북한 간 2차 정상회담 개최가 추진되는 가운데 오는 7일 평양에 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폼페이오 방북을 계기로 타결의 실마리를 찾을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의제도 이번 방북에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월 말 4차 방북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북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평양에 가지 못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진전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방북 취소 카드를 꺼냈다. 

이처럼 막혔던 방북길은 한달여 만에 다시 뚫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개최한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으로 물꼬가 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플러스 알파’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폼페이오 장관은 하루 만인 25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평양 방문 초청을 수용했다.

그런 만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길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고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이뤄진 만큼 물밑에서 의미 있는 협상 진전을 이룬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그동안 미국과 북한은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를 놓고 대립해왔다. 미국은 핵 프로그램 신고와 검증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종전선언을 비핵화 조치의 조건으로 내걸며 맞서 왔다. 이에 따라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와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빅딜’이 이뤄질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번 방북에서 ‘담판’ 수준의 진전이 이뤄지지 못하더라도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여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성과라는 분석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관련 의중과 함께 북미 양측의 입장을 최종 확인한 뒤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넘기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담판을 통해 협상을 타결하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긍정적인 신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미 대화가 재개된 가운데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 및 완화를 요구하며 신경전을 펼쳐왔다. 조선중앙통신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앞두고 지난 2일 “종전선언이 비핵화 조치와 맞바꿀 흥정물이 아니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폈다. 미 전문가들로부터 종전선언의 대가로 북한의 핵 신고와 검증, 영변 핵시설 폐기, 미사일 시설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지난 2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유엔(UN)
지난 2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유엔(UN)

앞서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갖게 할 때 가능하다”며 일방적 핵무장 해제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핵) 시험 중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결의는 해제, 완화는커녕 토 하나 변한 게 없다. 극히 우려스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비핵화 협상이 재개된 가운데 북한이 연일 내놓고 있는 강경 메시지는 종전선언만으로는 미국이 요구하는 핵신고 등 비핵화 조치를 할 수 없고, 미국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결국 미국과 북한이 이번 폼페이오 방북 계기로 협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각자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경우 오히려 북미 협상 국면과 북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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