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능봉사단 이호현 단장이 지난달 28일 창신초교 앞에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8
한국재능봉사단 이호현 단장이 지난달 28일 창신초교 앞에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8

한국재능봉사단 이호현 단장
언제 어디든 달려가는 ‘까망천사’
재능기부 회원모아 봉사단 설립
아빠엄마 닮은 아이들도 봉사자
정부, 숨은 일꾼 발굴 후원 절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좋은 날보다 어려움이 더 많을 때가 있다. 이러한 시기에 한 줄기 빛과 같이 내미는 따뜻한 손길은 큰 위로가 되고 삶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된다.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힘겨운 삶에 지쳐있거나 사람의 정이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따뜻한 정(情)을 나누고 관심과 사랑의 말을 건네는 이를 ‘자원봉사자’라고 부른다.

정부가 힘쓰더라도 복지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가까운 친인척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22년간 봉사의 삶을 살아가며 헌신과 노력으로 이웃을 친구같이, 자식같이, 후견인으로써의 역할을 묵묵히 해온 이가 있다. 바로 한국재능봉사단 이호현(61) 단장이다. 이 단장은 ‘까망천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호현 단장을 만나 봉사의 의미와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 종로 창신동 토박이인 이호현 단장은 전기와 열쇠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린 듯한 구릿빛 피부로 사람을 맞이하는 이 단장은, 동네 아저씨 또는 할아버지 같은 친근한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만능 기술자로 불리는 그는 손재주가 남달라 봉사하기에 딱 들어맞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20여년 전 ‘아름다운가게’를 도우며 봉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때 함께 일하던 봉사자들이 붙여준 애칭이 ‘까망천사’다. 이 단장은 “오래 전에 뚝섬 아름다운 나눔장터에서 다양한 일을 했다. 햇볕에 새까맣게 그을린 제가,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천사처럼 달려와 해결을 해준다고 해서 봉사자들이 까망천사라고 부르면서 별명이 됐다”고 한다.

서울시 상상누리단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마음을 나눈 몇몇 사람을 중심으로 뜻을 모았다. 10년 전 지금의 한국재능봉사단을 설립한 그는 봉사단을 이끌고 있다. 이 외에도 참사랑봉사회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재난극복범시민연합, 민간구조대, 재난긴급대응단, 한일축제 한마당 등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봉사를 마친 한국재능봉사단 회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한국재능봉사단 이호현 단장)
봉사를 마친 한국재능봉사단 회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한국재능봉사단 이호현 단장)

함께 봉사하는 이들의 직업군도 다양하다. 교수, 보일러공, 목수, 전기기술자, 결혼상담가, 라이브방송가, 버스운전자, 공무원, 사진사 등 활동 영역이 넓다. 그래서일까. 봉사도 개개인의 재능을 모아 여러 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길거리 심폐소생술 교육부터 집수리봉사, 환경보호운동, 연탄 나르기, 나눔활동, 연말산타, 영정사진, 행복한 모습 사진 찍기 등 안전교육과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모든 일에 뛰어들어 돕고 있다.

회원들이 여러 지역에서 살고 있다 보니, 서울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활동한다. 해외봉사로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 동일본 대지진, 네팔 대지진 현장에도 대한민국 민간구조대로 달려가 건물 잔해에 묻힌 인명구조와 대민 지원 활동을 했다.

20년 넘게 이어온 그의 봉사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한마디로 가족이다. 가족이란 말에 눈시울이 빨개진 이호현 단장은 “아내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 이웃을 돌보다 보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정성을 다 쏟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지금까지 봉사자로 뛸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 나의 버팀목이 돼주었기 때문이다. 가족의 이해와 도움 없이는 걸어오기 쉽지 않은 길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봉사를 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일 중 하나를 기억에서 꺼냈다. “창신동에 거주하는 분이었다. 다리가 불편해서 엉덩이로 비비며 기어 다니는 85세인 여자 어르신이 기억에 남는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어르신이 살고 있는 셋방을 찾아가 보니 보일러는 얼어 터졌고 수도도 얼어서 이용할 수가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동묘역 화장실까지 기어가서 수돗물 3통을 가져와서 씻고 먹고 했을 정도였다. 방안에는 온통 곰팡이로 새까맣게 물들 정도로 환경이 정말 열악했다. 주민센터와 구청 복지사까지 달려와서 도움을 주고자 해도 싫어하셨다. 그러던 중 다행히 수리비가 지원돼 수도와 보일러를 긴급하게 수리했다. 다음날 가보니 보일러 코드를 빼놓고 냉방에서 비닐을 뒤집어쓰고 계시기에 여쭈어보니 전기료와 가스 요금 나올까봐 빼놨다고 한다. 그 비용을 봉사단체에서 내드리겠다며 그냥 쓰시라고 연결했는데 다음날 119에 실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이틀 뒤 어르신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가슴 아픈 비보를 듣게 됐다.” 이는 아픈 기억 속의 한 사례일 뿐 도움의 손길이 필요로 한 이웃이 우리 주변 곳곳에 생각 이상으로 많다고 한다.

이 단장은 어느 누구든 봉사자가 될 수 있다며, 그리 어렵지도 않다고 했다.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삶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봉사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 그는 “시작이 중요한 데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줍고, 어르신과 아이들 등 이웃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작은 정성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권했다.

손재주가 많던 이 단장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안전손잡이’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어르신들은 관절이나 무릎 통증으로 거동이 불편해서 일어나기 힘들어 뭔가를 잡고 일어나야만 한다”며 “혼자 일어나시다 다치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을 위해 계단이나 화장실 벽 입구에 고정하는 손잡이 지지대를 자비로 맞추어 부착해 드렸더니 어르신들이 너무 고마워하셨다”고 웃음을 보였다.

한국재능봉사단 이호현 단장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고 있다. (제공: 한국재능봉사단 이호현 단장)
한국재능봉사단 이호현 단장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고 있다. (제공: 한국재능봉사단 이호현 단장)

사랑도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아빠와 엄마를 쏘옥 빼닮은 아이들도 일찍부터 봉사의 길에 들어섰다. 초등학교 고학년(5학년) 때, 남을 도와주는 나눔장터에서 모은 수익금 일부를 이웃을 돕는 데 선뜻 보탰다. 세월이 흘러 청소년, 대학교 시절을 거쳐 사회 직장을 다니면서도 나눔 생활은 꾸준히 이어졌다.

2011~2012년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와 나눔뉴스가 주최한 ‘제5, 6회 대한민국 나눔대상’의 최고 영예인 나눔대상에 삼부자가 수상자로 선장되며, 봉사가족이란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 단장은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2012 안전행정부장관), 대한민국 NGO자원봉사대상(2013 시민운동연합신문사), 위대한 한국인 100인대상(2016 대한민국신문기자협회) 등 정부·NGO단체로부터 봉사대상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0여 년간 이웃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정성을 다한 봉사를 한마디로 “사랑이다”고 정의했다. 이 단장은 “사랑의 마음 없이는 못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보다는 나 자신이 한발 다가서야 한다”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숙자나, 냄새나고 위험한 곳을 찾아가 품어주고 고쳐주기 정말 힘들다”면서 ‘사랑’을 봉사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힘이 되는 한 끝까지 봉사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한 그는 “어느 곳이든 어떤 봉사를 하든 사랑이 밑받침되기를 바란다. 간단하면서도 가장 힘든 게 그것이다”며 “정부와 지자체도 숨은 봉사자들을 찾아 격려하고 아낌없는 후원으로, 봉사와 나눔 문화가 우리나라에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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