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영변 핵시설 폐기’ 맞교환 반발
대북제재완화 등 추가조치 위한 의도 풀이
“선(先) 비핵화 없다… ‘美 양보’ 압박” 분석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눈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북한이 2일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종전선언이 비핵화 조치와 맞바꿀 흥정물이 아니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펴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이날 새벽 북한의 이 통신은 “종전선언이 결코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꾸어 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특히 미 전문가들의 종전선언의 대가로 북한의 핵 신고와 검증, 영변 핵시설 폐기, 미사일 시설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발하며 “황당무계한 궤변”이라고 표현한 점이 주목된다.

논평에서 영변 핵시설에 대해 “우리 핵 계획의 심장부와 같은 핵심시설”이라고 표현한 점도 특이점이다. 이는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해당하는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통해 미국과의 종전선언 합의를 쉽게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유엔(UN)
지난 2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유엔(UN)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는 체제안전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지난 7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이후부터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보장의 수단으로 종전선언을 내세우고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 이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 방안으로 종전선언이 거론돼 왔다.

최근 미 언론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에서 북한과 협상을 준비하며 종전선언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으려고 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북한의 선(先) 비핵화 이전에는 종전선언은 없을 것이라고 그간 주장해왔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종전선언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구태여 연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종전선언은 당연히 얻어 내고 미국의 상응한 추가조치로 대북제재 완화를 얻어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연설을 통해 “북한은 신뢰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이 상응한 화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북제재 압박 완화를 기대하는 발언을 했다. 이번 논평에서도 “미국은 대조선 제재 압박 강화를 염불처럼 외우며 굴복시키려고 한다”면서 대북제재 문제를 거론한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종전선언을 미국이 먼저 하라는 게 북한의 입장인데, 미국은 이를 안 받아주고 비핵화 조치를 먼저 해야 한다는 등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북한이 선제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할 의향이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양보하라는 쪽으로 북한이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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