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의정부 성모병원 외상센터에서 만난 김마루 교수는 자신이 외과 의사의 길을 가게 된 동기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10.2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의정부 성모병원 외상센터에서 만난 김마루 교수는 자신이 외과 의사의 길을 가게 된 동기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10.2

“외과는 사람 살리는 과”에 감명

평생 할 값어치 있는 일로 느껴

중증 환자 살릴 때 “보람 있어”

전 세계 인용 논문 발표 계획

중증외상 환자 골든타임 중요

신속하게 권역외상센터 갈 것

[천지일보 의정부=이성애 기자]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수술로 살려내는 외과의 특성이 보람돼 힘들더라도 평생을 할 값어치 있는 일이라 생각해 외과의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의정부 성모병원 외상센터에서 만난 김마루 교수는 자신이 외과 의사의 길을 가게 된 동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부산대학교 치대 교수다. 어릴 때부터 “사회적 인정과 개인적 만족, 경제적 안정을 생각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의사의 길을 택했다. 그런 그가 외과의 길을 가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김 교수는 “의대생 시절 은사이신 전해명 교수님이 어느 날 저에게 “외과는 뭐 하는 과니?”하고 물으셨다”며 “당시 이 질문에 외과가 하는 일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설명하자 전 교수님이 버럭버럭하시며 “외과는 사람 살리는 과”라고 한마디로 정리해주셨다”고 회상했다. 그 한마디에 감명받아 김 교수는 외과의 길을 택하게 됐고 실제 배우고 경험하면서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수술로 살려내며 “평생을 할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외과가 생명이 위독한 급성기 환자를 치료하는 쪽보다 위암, 대장암 등 암 치료 위주로 전문화되는 경향을 보면서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일도 환자를 살리는 중요한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가 생각했던 외과의의 모습과 괴리가 있어 고민하게 된다. 이때 외상센터장인 조항주 선생이 김 교수에게 외상외과의 길을 제안하자 그는 자기 생각과 부합한다고 생각해 외상외과로 전공을 선택하게 됐다.

권역외상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 김 교수는 단순한 열상, 골절 등을 보는 곳이 아니라 여러 부위에 심한 손상으로 ▲생명이 경각에 달한 환자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상센터는 이러한 중증, 다발성 외상 환자에 대한 진단, 치료, 나아가 재활 및 예방을 하는 곳이다. 외과를 비롯해 신경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응급의학과 등 다양한 전문과가 다학제 협진을 통해 교집합을 이뤄 환자를 보고 있는 곳이 권역외상센터다.

김 교수가 의사로써 자부심을 느끼는 때는 언제일까. 보통 법정 근로 시간이 주당 40시간이라면 외상센터 의사들은 평균 주당 80시간 이상을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병원을 개원한 이들처럼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연연해서는 쉽게 갈 수 있는 길도 아니다. 그는 “혈압이 40/20으로 저혈량 쇼크에 빠진 외상 환자가 왔는데 몇 분 안에 당장 돌아갈 것 같은 상태다. 이런 환자를 수술하고 중환자실 치료를 하며 살려낼 때, 잘 회복해서 보호자들과 웃으면서 퇴원할 때 힘든 생활의 보답을 찾는다”고 말한다.

그는 “나는 이런 중증 외상 환자도 살린다는 자부심, 의사로써 그 이상의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대로 최선을 다해 치료했으나 환자가 나빠질 때는 너무 힘들다. 한참 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혹시라도 진료 과정에서 부족한 점은 없었나, 다음에 똑같은 환자가 왔을 때 어떻게 하면 살릴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고 말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면도 있다. 대부분 외상센터 스탭들이 젊은 편에 속한다. 힘든 업무도 젊으니까 버틴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나둘 외상을 하던 동료 의사들이 뜻을 접고 떠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동료 의사들이 하나둘 떠난다는 소식을 들을 때 이것보다 힘 빠지는 일은 없다”고 토로했다.

항상 환자가 우선인 김 교수에게도 목표가 있다. 그는 “의사로써 환자를 열심히 진료해서 생존율 등 좋은 치료 성적을 얻고 싶다. 그래서 저희 권역에서 중증외상환자가 생길 때 ‘카톨릭의대 의정부 성모병원을 가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으면 한다”며 한수 이북의 중증외상환자들이 찾는 기관이 되길 바랐다.

또 “대학교수로서 연구에 대한 욕심이 있다”며 “외과에서 기존의 외상 영역은 병원에 오기 전 현장에서 행해지는 구급대원의 처치에서부터 병원에서 행해지는 진단을 위한 각종 검사, 치료 영역에 있어서 수술이나 중재 시술 및 이를 지원하는 중환자 의학, 영양지원, 그리고 재활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이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인용할 수 있는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하면 신속히 ‘권역외상센터’로 갈 것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병원으로 오시라는 말이 아니라 전국 각 권역외상센터를 이야기 하는 것”이라며 “외상환자에겐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중증외상환자가 권역외상센터가 아닌 병원에 내원해서 온갖 검사를 다 하고 그 병원에서 환자를 처치할 수 없다고 전원 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분 중 대다수가 골든타임이 한참 지나 상태가 악화할 만큼 악화해 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때에 따라서는 전원 중이나 전원 도착하자마자 손쓸 틈도 없이 돌아가시는 경우도 많다”며 중증외상이 의심만 되더라도 초기에 적합한 처치를 할 수 있는 외상센터에서 진료받길 권했다.

김마루 교수는 중증 외상학, 중환자 의학이 진료 분야이며, 가톨릭대학교 의학 박사 출신으로 대한외상학회 정보위원회 간사, 대한정맥경장영양학회 국제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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