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에 원행스님이 당선됐다. 선출 직후 불교개혁행동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총무원장 선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가 자승 전 총무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종단 기득권 세력의 음모와 각본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행스님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불교계의 엄중한 현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승가복지확충, 종단화합,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올곧은 수행자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계종 행정을 총괄하는 총무원장은 전국 사찰 3100여곳 주지 임명권, 스님 1만 3000여명의 인사권과 1년 530억원에 달하는 예산 집행권과 종단 소속 사찰의 재산 감독 및 처분 승인권을 갖는다. 여기에 별도 정부 예산과 대외적으로 불교계 전체 수장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정치권까지도 쥐고 흔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사상 초유의 총무원장 탄핵사태를 거쳐 신임 총무원장이 선출됐지만, 조계종 내부는 주류와 비주류 간의 깊은 골로 인해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원행스님의 최대 과제는 이처럼 갈라진 골을 메우는 것이다. 

사실 ‘무소유’를 최고의 미덕으로 일컫는 불교철학에 비춰보면 수행자가 총무원장에 나오는 것부터가 모순이다. 그러나 누군가 서야 하는 자리여서 총무원장 자리에 선 것이라면 원행스님 스스로 ‘무소유’의 본을 보여 올곧은 수행자임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다음 선거를 걱정하면 정치꾼, 다음 세대를 걱정하면 정치인이라는 말이 있다. 종교인 역시 자리에만 연연하면 종교인을 가장한 종교꾼일 뿐이다. 종단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지도자가 된다면 원행스님에 대한 논란이 종식됨은 물론 종단도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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