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닷새간 이어진 추석연휴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도 아직 ‘명절증후군(名節症候群)’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명절증후군은 우리나라의 고유 관습에서 발생하는 ‘문화증후군(文化症候群)’의 일종으로 질병은 아니지만 설이나 추석 명절연휴를 지내며 발생하는 심적인 부담감과 신체적 피로감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동안 명절증후군을 겪는 대상은 며느리 역할을 하는 주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남편이나 시어머니는 물론 미혼자나 미취업 젊은이들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여성의 경우 명절에 필요한 음식 장만이나 사후 처리 등의 집안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 되며, 남성의 경우 명절 기간 차량 지체로 밀리는 길을 장거리 운전을 하며 생기는 피로와 장시간 탑승으로 발생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가족 간의 불협화음도 증후군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직장인의 경우 기존의 일상과 다른 긴 연휴에 대한 부적응으로 생체리듬이 깨져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두통이나 어지러움, 소화불량이나 위장장애 등과 같은 신체적 증상이나 피로나 우울증 등의 정신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명절증후군은 ‘대사증후군(代謝症候群, metabolic syndrome)’과 연관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대사증후군은 인류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질병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만성질환으로 가는 길목’으로도 불리고 있다.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가족력)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발생하는 복합적 질환인 대사증후군의 주요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 것일까.

대사증후군은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5단계로 구분이 된다. 1단계는 운동부족, 균형 잡히지 않은 식생활, 과도한 음주나 흡연 및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나타난다. 복부비만, 고혈압, 고혈당, 고중성지방성, 낮은 HDL-콜레스테롤 중 3개 이상이 원인이 돼 대사증후군이 나타나면 1단계를 넘어 2단계로 진입한다. 3단계에서는 비만, 당뇨병, 고혈압증, 이상지질혈증 등이 나타나며, 4단계에서는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당뇨병 등의 합병증이 동반된다. 그리고 마지막 5단계에 접어들면 반신마비, 일상생활 장애, 치매(인지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사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체중관리와 함께 복부비만의 관리가 필요하며, 자신에게 맞는 적정 체중 유지가 인슐린 저항성뿐만 아니라 이상지질혈증, 혈전인자, 비정상적 혈관 상태의 개선에 중요하다. 

스트레스도 대사증후군의 주요 원인이다. 스트레스가 뇌와 부신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혈중 코티솔 양이 증가하며 인슐린과 혈당이 증가해 내장 비만이 유발되고 이상지질혈증이나 고혈압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명절 때 평소보다 기름진 음식물을 많이 섭취하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하는 화투나 카드놀이는 운동부족을 야기해 대사증후군 유발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명절연휴가 끝난 다음 어깨, 무릎, 목, 허리 등의 부위에서 통증이 나타나거나, 오래 앉아 지낸 후유증로 치질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사증후군의 발생을 예방하는 방안으로는 건강한 생활습관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신체 활동량을 늘리고 칼로리 섭취량을 줄여 복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것이 주요 방법으로 제안되고 있다. 우유나 낙농제품의 섭취와 해산물과 올리브유를 다량 섭취하는 지중해식 식이의 예방효과도 보고되고 있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도 반드시 피해야 할 주요 항목이다. 

명절증후군을 겪지 않고 가족들이 모여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명절이 가족 모두가 일을 분담하고 배려하며 함께 치르는 축제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명절연휴로 흐트러진 생체리듬을 되찾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산책이나 스트레칭 등으로 몸을 풀거나 평소 좋아하던 음악도 감상해볼 것을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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