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유엔(UN))
지난 2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유엔(UN))

리용호 북한 외무상 유엔총회 연설
“미국의 신뢰 없이 비핵화도 없어”
‘비핵화-체제보장’ 빅딜 기싸움 시작
美 폼페이오 4차 방북 담판 가능성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유엔총회 연설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미국에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리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다”며 “우리가 일방적으로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체제보장을 통한 신뢰구축 조치를 비핵화 선행조건으로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교착 상태였던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재개되고 있지만 미국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을 이끌어 내려는 북한의 포석이 깔려 있어 이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응대할지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비핵화 초기 실행조치와 종전선언의 빅딜을 놓고 북미 간 치열한 기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리 외무상의 이번 유엔총회 연설은 9.18평양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유엔총회까지 이르러 남·북·미 간의 3자 대화가 오고가며 이뤄진 가운데 공개된 북한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앞서 지난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전쟁의 망령을 새로운 평화로 대체하겠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앞으로 미국이 북한에 어떤 답을 전달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25일 유엔총회 모습 (제공: 유엔(UN))
지난 25일 유엔총회 모습 (제공: 유엔(UN))

◆180도 달라진 北… 美 종전선언 화답할지 관심

9월 남북이 합의한 평양 공동선언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추가적 비핵화 실행조치가 협상에서 주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리 외무상의 이번 유엔총회 연설은 관심을 받았다. 그 이유는 지난해 리 외무상은 핵 보유가 정당한 자위적 조치라며 “미국 등이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이면 가차 없이 선제·예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리 외무상의 이번 연설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의 평화구축과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6.12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미 간 공동성명의 이행을 강조하고 그간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불신해소와 신뢰구축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북한은 중대조치들을 취했고 지금도 신뢰확보를 위해 노력하는데 미국이 상응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셈이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신뢰구축이 없이는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메시지는 이미 이전에도 밝힌 바 있다. 지난 8월 리 외무상이 이란을 방문했을 때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지키기 위해 비핵화에 동의했지만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핵 지식을 보존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상응조치는 대북경제제재의 완화와 체제보장을 담보하는 종전선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유엔총회에서 ‘비핵화 먼저, 제재는 그 다음’으로 못 박은 상황에서 이 종전선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북미 물밑대화… 폼페이오 방북, 가늠자

북미 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물밑대화는 지속적으로 오고가는 분위기이다. 북한은 미국에 ‘플러스알파’를 제시했고, 미국은 이를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라는 선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이 물밑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북미 간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28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 측에서 평양을 간다는 것은 어느 정도 조율이 끝났다고 볼 수 있다”라고 분석하며 “상응조치가 무엇인지, 상응조치에 따른 비핵화 조치가 무엇인지 등 어느 정도 조율이 끝났다고 볼 수 있고 그 상태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가서 이를 재확인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에 대한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 게임을 하지 않겠다. 2년이든, 3년이든, 5개월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비핵화 시간표를 포기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그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실패에 대한 부담을 안고 이를 선거에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폼페이오 장관의 4차 평양 방문에서의 담판과 이후 오스트리아 빈 등에서의 실무협상이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 간 빅딜의 방향을 명확히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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