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북한의 비핵화에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북한의 ‘단계적 조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분석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9일 보도했다.

VOA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간에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현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북한 비핵화 협상 시한과 관련해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며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혹은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최근 북한의 비핵화 완료 시점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인 2021년 1월로 못박았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는 다른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단기간 내 완전한 (핵무기) 제거를 요구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분석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27일 “핵무기를 2년 안에 제거하라는 확고한 시간표를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성취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북한과 진전을 이루고 싶어 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접근법을 고려한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VOA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계적’ 조치를 택하고 시간에 구애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설명이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의도라고 풀이했다.

비건 특별대표에게 북한이 줄곧 요구해 온 ‘단계적 ‘행동 대 행동’ 원칙의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멕스웰 선임연구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을 ‘일괄타결’이 아닌 ‘작은 형태의 협상’들을 통해 성공시켜 보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괄타결’ 방식이었던 1994년의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등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만큼, 이번 협상에서는 단계적 조치로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며 “이는 북한이 주장해 온 단계적 동시 조치 쪽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닝 연구원은 또 “다음달 평양을 방문하는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특별대표에게 협상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해 트럼프 대토령이 유연성을 발휘했을 수 있다”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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