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 재발견’ 기획특별전 전시실 안의 모습 ⓒ천지일보 2018.9.29
‘사전의 재발견’ 기획특별전 전시실 안의 모습 ⓒ천지일보 2018.9.29

‘사전의 재발견’ 기획특별전
 우리말 사전 변화상 처음 소개
 지난 140여년간 사전 한자리에 
 최초 우리말사전 원고도 공개
 시대 반영 언어 기록돼 가치 커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미카’는 무슨 말일까?”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시실 안에 공개된 한 전시물 앞에서 발길이 멈췄다. 조금은 생소한 단어. 그 해설을 읽어보니 강원도 사투리로 ‘모두’를 가리켰다. 우리말 사전에는 정감 있는 팔도 사투리가 실려 있었다. ‘왜서?(‘왜’의 방언, 강원도)’ ‘단디 해이라(‘단단히’의 방언, 경상도)’ ‘그랴(‘그래’의 방언, 충청도)’ 등 지역사투리는 풍성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훈민정음 반포 572돌을 맞은 올해 한글날을 기념해 우리말 사전의 발자취를 소개하는 기획특별전 ‘사전의 재발견’을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했다. 박물관은 각종 정보가 무차별로 쏟아지는 현시대에 사전의 기능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전시는 지난 140여년간 우리말 사전의 발자취를 한자리에 모아 소개했다.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장은 “그동안 ‘사전’을 주제로 학술연구와 발표는 왕성히 열렸지만 전시로 기획된 적은 없었다”며 “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문화를 담고 있는 사전의 가치에 대해 조망했다”고 말했다. 

◆우리말 사전 변화상

전시는 사전의 역사적 의의를 다루는 ‘1부 우리말 사전의 탄생’, 우리말 사전에 담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2부 우리말 사전의 비밀’로 구성했다.

‘1부 우리말 사전의 탄생’에서는 먼저 ‘한불자전’ 필사본이 최초로 공개됐다. 한불자전은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한국선교단의 펠릭스 클레르 리델(1830~1884) 주교가 1880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판한 ‘한불자전’의 원형이다. 한불자전은 최초의 한불사전이자 한국어 대역사전의 효시라고 평가되는 역사적인 귀중한 자료다. 특히 출판되기 3년 전인 1878년에 작성된 필사본과 활자 인쇄본과의 차이점 등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인 ‘말모이’ 사전도 공개됐다. 이는 1911년부터 주시경(1876~1914) 등이 집필한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다. 

조선어학회(이후 ‘한글학회’)에서 1929년부터 1942년까지 13년 동안 작성한 원고의 최종 수정본인 ‘조선말 큰사전 원고’ 등도 소개됐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제에 압수됐다가 광복 직후 1945년 9월 8일 경성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발견됐다.

‘사전의 재발견’ 기획특별전 전시실 안의 모습 ⓒ천지일보 2018.9.29
‘사전의 재발견’ 기획특별전 전시실 안의 모습 ⓒ천지일보 2018.9.29

◆시대에 따라 유행어 탄생

사전은 지식을 담는 그릇이자 사람들의 인식과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사전은 과거의 사실, 당대의 현실,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반영하는 역사적 산물이다. 이 는 ‘2부 우리말 사전의 비밀’에서 마련된 시대별 사전의 낱말 뜻풀이를 통해 공개됐다. 

우선 낭만과 자유를 담은 언어도 생겨났었다. 1920~1930년대 서양문화의 유입으로 ‘모던껄’ ‘모던뽀이’ ‘하이칼라’와 같은 낱말이 등장하며 유행을 선도했다.  모던껄은 현대여자를 의미하며 모던뽀이는 현대남성을 의미한다. 이 낱말들은 이후 1940년 ‘수정증보 조선어사전’에 처음으로 실렸다.

1950년대 이후에는 ‘자유 부인’이라는 영화로 댄스 열풍이 불었다. 큰사전을 비롯한 전후 간행된 사전에는 이와 관련된 낱말이 실렸다. 대표적으로 연상의 기혼 여성에 붙어사는 남성이라는 뜻이 ‘제비족’이라는 용어가 있다. 또 ‘유한마담(유한부인)’이라는 말도 실렸는데 ‘생활의 여유가 있어서 집에서 하는 일이 없고 놀러 다니는 것을 일삼는 유한 계급에 딸린 부녀들’을 의미한다.

1960~1970년대의 군부 독재에 대한 저항과 자유를 중시하는 서양 문화의 영향으로 ‘장발족’이 등장했다. 장발족은 ‘머리를 길게 기른 남자들’을 말한다. 1967년 가수 윤복희의 패션을 계기로 ‘미니 스커트’가 유행했다. 말 그대로 미니로 된 스커트다. 이 같은 시대적 영향으로 ‘새우리말 큰 사전(1975)’ 이후의 사전들에는 장발족 등의 낱말이 실렸다. 

1990년대 경제 성장과 대중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강한 개성을 지닌 ‘신세대’와 ‘X세대’가 등장해 당시 문화를 선도했다. 표준어국어대사전(1999) 이후 사전들에는 이와 관련된 낱말들이 실려 있다. 또한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과 장애인을 가리키는 말은 인식 개선을 통해 남성, 비장애인과 동등한 위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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