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지난 26일은 뜻 깊은 날이었다.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일본을 승부차기 끝에 이기고 FIFA 주관대회에서 유례없는 사상 첫 우승을 거둔 것이다.

더구나 최초로 올라간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어 국민들을 기쁨과 감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경술국치 100주년이 된 올해 일본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 갑절로 기쁨을 안겨다 준 것이라 본다.

근데 본 기자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결과가 우승이 나와서 다행이지, 만약 일본에게 졌다면 국민들의 반응은 어찌 됐을까’하고 말이다.

물론 사상 최초로 결승에 오른 것도 잘했다, 아쉽지만 잘 싸웠다 등의 격려가 나오더라도 다른 한쪽에선 섭섭한 말이 안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구나 상대가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겐 져도 일본만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심리가 대부분 국민들에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 본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 역시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뛰는 가운데서도 더욱 정신력과 투지를 발휘하는 계기가 돼 이것이 결국 짜릿한 명승부의 승리로 이어졌다.

하지만 여자축구의 환경을 본다면 한국은 이미 결승경기를 치르기 전 결과를 떠나 우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는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팀이 16개 학교에 300명이 조금 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일본은 우리보다 100배나 육박하는 3만 명의 선수가 있다.

이같이 일본과 비교해도 엄청난 열악한 상황에서 결승전까지 온 것만 해도 우리는 충분히 승리자였던 것. 2년 전 17세 이하 대회에서도 우리는 여자축구 사상 처음 8강에 오르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시 북한이 우승을 했기 때문에 우리 태극소녀들의 활약상은 묻혀버렸던 것이다.

이번 대회는 U-20 여자월드컵에서 3위의 대업을 이루고 열린 경기였지만 역시나 무관심 속에 우리 어린 선수들은 열과 성을 다해 뛰었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뛰어난 성적을 내고 우승을 해야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늘 높은 곳을 향해 최선을 다하며 도전해 나가는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