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당’서 천지 지관 ‘박재상’ 역 맡은 배우 조승우.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명당’서 천지 지관 ‘박재상’ 역 맡은 배우 조승우.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명당’서 천지 지관 ‘박재상’ 역 맡아

강직함·청렴함으로 세도가와 맞서

묵직한 감정선 보이며 극 이끌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강렬하기보다 청렴하다. 화려하기보단 깔끔하다.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에서 천재 지관 ‘박재상’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가 그렇다. 영화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조승우는 강직한 근성으로 세도가에 맞서는 박재상으로 분해 묵직한 감정선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2000년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해 ‘클래식(2003)’ ‘말아톤(2005)’ ‘타짜(2006)’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 ‘퍼펙트게임(2011)’등 여러 작품에서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보여준 조승우는 드라마 ‘비밀의 숲(2017)’ ‘라이프(2018)’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게다가 원래 본인의 주 종목인 뮤지컬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를 넘나들며 세 장르의 정상에 선 조승우에게 ‘조승우가 곧 장르’라는 호평은 전혀 아깝지 않다.

영화 ‘명당’서 천지 지관 ‘박재상’ 역 맡은 배우 조승우.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명당’서 천지 지관 ‘박재상’ 역 맡은 배우 조승우.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어떤 수식어로도 설명이 부족한 배우 조승우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부자들(2015)’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는 박재상과 같이 청렴하고 깔끔한 모습이었다.

‘믿고 보는 배우’ ‘장르가 조승우’라는 수식어를 듣자 조승우는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고맙지만 민망하다. 그런 질문에 도망가고 싶다”며 “그런 말을 들으면 좋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부담돼 어깨가 무겁다. ‘다음 작품 못하면 어떡하지’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배우는 다 그럴 것 같다. 숙명”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승우와의 일문일답.

-‘명당’ 본 소감은.

전 마음에 든다. 영화가 시나리오보다 더 알차졌고 생동감 있다. 많은 배우가 각각의 역할을 잘해주셨다. CG 등 후반 작업도 만족스럽고 좋게 나온 것 같아서 이번 공동 작업은 참 보람됐다.

-영화 개봉으로 바쁠 것 같은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드라마 ‘라이프’ 촬영이 7월 말에 끝나서 지금은 쉬면서 공부하고 있다.

영화 ‘명당’서 천지 지관 ‘박재상’ 역 맡은 배우 조승우.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명당’서 천지 지관 ‘박재상’ 역 맡은 배우 조승우.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명당’을 선택한 이유는.

박 감독님이 갑자기 대본을 줘서 읽어보니 사극이면서 정통 클래식이었다. 퓨전의 요소가 없었다. 현대적인 감각을 가진 박 감독님이 어떻게 사극을 찍어낼지 솔깃했다. 제가 봤을 때 처음 박재상의 내래이션을 영화가 시작된 후 ‘흥선(지성 분)’을 만나고, 김 일가의 묘도를 구하는 과정의 속도감이 엄청 빠르고 시원했다. 박 감독님 특유의 몰아붙이는 템포가 나온 것 같아 좋았다.

-지관 역이니만큼 주위에서 풍수지리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전문적으로 배웠냐’ ‘어떤 자료를 받아봤냐’ ‘어떤 땅이 좋냐’ 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이 실제로 전문적인 서적을 주셨는데 그걸 섭렵하려면 아마 촬영 못 했을 것이다(웃음). 대본에 충실하고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풍수지리에 관심 1도 없다”는 기사를 봤는데 정말 관심이 없나.

기사가 이상하게 나갔다. 관심 1도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미신을 떠나서 역학 3부작인 ‘궁합’ ‘관상’ ‘명당’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크게 차지하는 부분이다. 풍수지리도 철학처럼 분석된 내용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영화에서 풍수지리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다. ‘명당’은 인간의 과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이 풍수지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굳이 땅을 빼도 드라마 스토리가 이어지고, 메시지가 드러난다. 땅따먹기 식의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 ‘명당’서 천지 지관 ‘박재상’ 역 맡은 배우 조승우.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명당’서 천지 지관 ‘박재상’ 역 맡은 배우 조승우.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박재상을 연기할 때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박재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톤으로 뚝심 있는 지관이다. 박재상처럼 시종일관 감정을 유지하는 캐릭터가 연기하기 어렵다. 조금 모자라서도 안 되고 넘쳐서도 안 돼서 적정한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보시는 분들은 조승우가 뒤로 갈수록 존재감이 없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정적인 성향을 가진 박재상이 피 터지는 싸움 속에 묵묵하게 축을 받쳐주는 역할이다.

주인공 3명이 다 수면 위로 올라서 와서 싸우면 정신없으니까. 영화의 시작과 끝을 박재상이 마무리한다. 부각되고, 안 되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영화에 필요한 인물이고, 제가 여태까지 걸어왔던 필모그라피에 이 역할이 추가되면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연기 인생 돌아보면 처음과 지금 제일 많이 바뀐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름대로 묵묵히 잘 걸어온 것 같다. 운이 매우 좋았다. 그다지 바뀐 건 없다. ‘초심을 지켰다’ 이런 개념보다 저는 여태껏 작품을 선택할 때 분명한 메시지가 있는 의미가 있는 작품을 하길 원했다. 연기하면서 ‘내가 왜 배우가 됐을까’ ‘앞으로 어떤 생각을 하며 배우를 해야 할까’라는 거창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배우를 하는 목적이다. 나도 즐겁고 관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이를 생각했을 때 처음이랑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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