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기호순으로 혜총스님, 원행스님, 정우스님, 일면스님.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왼쪽부터 기호순으로 혜총스님, 원행스님, 정우스님, 일면스님.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혜총‧정우‧일면스님 동반 사퇴
“선거 과정서 기득권 적폐 발견”
불교개혁운동 “선거 중단해야”
원행스님 “선거 끝까지 치를 것”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설정 전 총무원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공석이 된 조계종 총무원장이 오늘 선거로 최종 확정된다. 당초 4명의 후보가 등록돼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돌연 3명의 후보가 선거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조계종 적폐청산을 주장하며 설정 전 총무원장의 퇴진을 촉구했던 개혁 측 불자들은 기득권 세력의 영향이라며 질타를 가하고 있다.

조계종 개혁을 위한 재가불자 연대체인 불교개혁행동은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 마련된 천막정진단에서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 중단 촉구 및 직선제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불교개혁행동은 “조계종단에서 총무원장 후보가 사상 초유로 동반 사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자승세력의 줄 세우기 선거로 흠결이 많은 설정스님을 총무원장으로 뽑아 탄핵이라는 참담한 사태를 맞고도 참회 없이 선거를 서두른 현 종단의 몰염치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기호 2번 원행스님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하며 “홀로 남은 전 종회의장 원행스님은 흠결 많은 설정스님을 줄세우기식 선거로 뽑은 책임의 상당 부분을 지고 있다”며 “원행스님은 이제라도 불공정 시비에 휘말려 이미 정당성을 잃은 선거의 승자가 되기보다 앞서 결단한 세 스님을 따라 선거 거부에 동참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종단에는 총무원장 입후보자 선거 거부 사태를 비상시국으로 인식해 선거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설조스님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 마련된 천막정진단에서 열린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 중단 촉구 및 직선제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7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설조스님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 마련된 천막정진단에서 열린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 중단 촉구 및 직선제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7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설조스님은 원행스님을 향해 “아바타 원장이 되고자 한다면 그대 역시 머지않아 전임자(설정스님)가 걸었던 비극적인 길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6일에는 총무원장 후보 스님 4명 중 기호 1번 혜총스님, 기호 3번 정우스님, 기호 4번 일면스님이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를 사퇴했다. 사실상 선거 보이콧 선언이다. 이들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종단 기득권 세력의 불합리한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이권만 있으면 불교는 안중에도 없는 기존 정치세력 앞에 종단 변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통감했다”고 개탄했다.

후보 스님들은 선거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들의 적폐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기호 2번 원행스님을 지지하도록 특정 세력이 ‘지령’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우스님은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후보에게도 개입하지 않고 중립을 지킨다고 많은 지도자 스님이 한결같이 말했다”면서 “적폐 세력을 (기자회견 자리가 아니라면 공개할 수 있을 만큼) 확연하게 목격했다”고 말했다.

혜총스님은 “박정희·전두환 시대의 체육관 선거와 같은 현행 총무원장 간선제로는 어떤 스님이 나와도 뜻을 펼칠 수 없다”며 교구본사주지나 유력자들이 선거인단을 좌지우지하도록 하는 위임 방식을 문제 삼기도 했다.

반면 원행스님은 “후보들의 살아온 삶과 정진의 모습으로 평가받고, 동의하는 스님들과 함께 종책을 실현하는 게 총무원장 선거”라며 “지지하는 스님들이 있는 것을 두고 불공정하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항변했다.

원행스님은 이번 선거에 대해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에서 “내부갈등을 수습하고 승가공동체를 회복해 추락한 위상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중차대한 책무를 갖고 치러지는 선거에서 후보 스님들의 중도사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원행스님은 선거를 끝까지 치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28일 치러지는 선거는 원행스님 한 명만이 후보로 나서게 됐다. 이에 따라 투표 방식은 찬반투표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투표권을 갖고 있는 중앙종회 의원, 교구본사 주지 등 스님들의 지지만 있으면 당선이 가능하다.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간선제로, 후보자는 중앙종회 의원 78명, 전국 24개 교구 본사에서 선출한 240명 등 선거인단 318명 가운데 과반수인 159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당선된다. 찬성표가 159개 이하일 경우 선거는 무효로,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거는 오는 28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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