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25일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다음날인 26일 뉴욕에서 열린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처리와 관련해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가자”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겠다는 뜻을 통보한 셈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결정이라 하겠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엔으로 설립된 재단이다.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보상으로 치유되고 화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전쟁과 침략에 대한 철저한 사과와 반인륜적 범죄 행위에 대한 속죄 없이는 거액의 보상금을 받아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10억엔에 불과한 돈을 받으면서 그 어떤 사과나 보상의 의미조차 받아내지 못했다면 이 돈은 처음부터 받지 않는 것이 옳았다. 게다가 피해 당사자들인 위안부 할머니들 대부분이 반대하지 않았던가. 피해자들이 반대하는데 어찌 그 돈으로 화해가 되고 치유가 된다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서글플 따름이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으로 이미 탄핵돼 구속된 상태다. 그렇다면 국민의 눈높이에도,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는 이런 재단은 하루라도 빨리 해산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문 대통령은 화해치유재단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기존의)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물론 유엔 무대에서 한일 간에 민감한 문제를 공론화 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들리지만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겠다면 기존의 위안부 합의도 파기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화해치유재단이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고 국민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면 한일 위안부 합의도 똑같은 논리가 아닌가. 우리 주변에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 것이며 위안부 할머니들인들 누가 찬성하고 있다는 말인가. 한일 위안부 합의와 화해치유재단은 동전의 양면에 다름 아니다. 북핵 문제로 외교 일정이 바쁜 줄 알지만 그래도 원칙은 지켜야 한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일으킨 굴욕적 결과에 다름 아니다. 그 굴욕을 그대로 인정하되 그 산물인 재단만 없애겠다는 것인가. 상처 난 국민적 자존감과 피해자 할머니들의 눈물을 문재인 정부만큼은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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