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 /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15만명의 주민과 함께 관람했다는 공연이 바로 북한정권 수립 70주년을 기념해 만든 ‘빛나는 조국’이라는 집단체조 예술 공연이었다. 

다시 말해 북한정권의 탄생과 함께 체제선전을 위해 다섯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10만여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행사로, 2013년 폐막한 ‘아리랑’ 이후 5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선보인 공연이었다고 하니, 북한당국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체제선전용 무대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겠다.  

실제 이런 집체공연에 동원된 경험이 있는 탈북인들은, 학생들이 6개월가량 학업을 전폐하고서 연습에 매달려야 하고, 연습장에는 화장실 통제로 아이들의 용변 등의 악취와 온몸에 피멍이 든 모습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런 공연을 두고 북한당국이 체제선전을 내세우지 않고 방북단 환영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일부 언론의 상식이라는 게 이 정도 수준밖에 안되는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평양에 와서 동원된 주민들에게 방북단의 존재를 보여준 것 자체가, 그리고 자신들의 정권수립을 찬양하는 공연을 함께 관람한 것이야말로 체제선전이라는 것을 정말 몰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런 것도 왜곡하려 작정한 일부 매체들의 의도된 기사들인지 참으로 기가 막힐 따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집단체조가 국제아동권리협약 위반과 외화 수입의 주요 원천이라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최소한의 죄책감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을 보면 할 말을 잊게 한다.

또한 2009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평양에 갔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아리랑’ 공연 관람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던 적이 있었는데, 개념 없기로 소문난 클린턴조차 이런 부분에서는 나름의 섬세한 조치를 취하고 있었던 데 반해, 소위 인권변호사에 빛나는 정부의 행동은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은 모든 것이 자기 주민들에 대한 혹독한 인권유린으로 시작해서 굶주림과 공포라는 노예의 생애로 끝나는 사회다. 특히 어린이를 비롯한 청소년들의 인권지옥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이번 노예공연인 빛나는 조국이나 아동 사이버 전사, 즉 해커로 불리는 정보전사(情報戰士)의 양성에 어린 수재들을 모아 금성(金星)이라 불리는 학교에서 혹독한 훈련이 가해지는 것을 북한주민이면 다 안다. 

금성은 우리에겐 샛별이라는 행성이름이지만 북한에서는 어린 시절의 김일성을 일컫는다. 어른이 된 김일성은 태양이고 그의 시신이 있는 곳이 금수산태양궁전이다.

어린 시절부터 발탁돼 다른 능력이나 소질이 있어도 당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북한식 노예제도에 의해 어린이, 청소년들이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여전히 수만명의 어린이와 여성들이 똥 기저귀를 차고 공연에 참여해 평생 질병에 시달리는 요인이 되고 있음은 더 이상 언급조차 하기 싫다.

북한의 체제 선전극 ‘빛나는 조국’에서 불굴의 정신으로 압제와 탄압으로부터 버텨온 것이 결국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노예사회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칭송까지 보낸 이유가 내심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정체성의 본질에서 발호됐는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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