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오전 파커 뉴욕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오전 파커 뉴욕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러브콜’을 잇따라 보내고 있다.

이 가운데 김 위원장도 일본과 적절한 시기에 대화하고 관계개선을 모색한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

27일 아베 총리는 NHK가 생중계한 현지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것(북일정상회담)을 하는 이상 납치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유엔총회 연설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히는 등 이번 뉴욕 방문 기간 ‘대북 구애’ 행보를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뉴욕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일본과 대화하고 관계개선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전한 만큼 향후 북일 관계 추이가 주목된다.

지난 20일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총리는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던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행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희망 의사를 재차 표명한 것도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메시지에 ‘진심’이 담긴 것인지 아니면 잇따른 아베 총리의 러브콜에 대한 단순한 립서비스 정도인지에 대해서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온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이나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도 김 위원장은 ‘일본과의 대화’나 ‘아베 총리와 만날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북한은 별다른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기타무라 시게루 내각정보관을 지난 7월 베트남에 극비리에 파견해 북한 측과 접촉하도록 하는 등 수면 아래서 북한과 협의해왔으나 북한은 이에 대해 “납치문제는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북일정상회담의 사실상 전제조건으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와 같은 입장을 고수하면 회담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의 지지기반인 극우세력이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 무드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지 않는 가운데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북일정상회담이 이뤄진다 해도 일본 정부에게는 부담이다.

아베 총리가 김 위원장과의 회담 의사를 밝히는 중에도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만난다면 북한의 비핵화, 납치문제 해결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인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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