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술박물관 ‘산사원’의 전시관. ⓒ천지일보 2018.9.26
전통술박물관 ‘산사원’의 전시관. ⓒ천지일보 2018.9.26세

술 빚는 중요한 요소 ‘물’

抱川, 물 좋기로 소문나

식이섬유 1000배 첨가돼

암반수 사용해 감칠맛 커

[천지일보 포천=이성애 기자] “27년 동안 이동막걸리 장사하면서 애들 다 키웠는데 지금도 식사 후에는 물 대신 막걸리로 입가심을 하지.”

막걸리와 50여년의 인생을 함께한 임복실(81, 도평2리)씨가 팔순의 연세가 무색할 만큼 건강하다. 그는 건강의 이유가 포천막걸리의 탁월한 물 맛 덕분이라고 자랑한다.

경기도 포천(抱川)은 ‘물을 안고 있다’는 이름처럼 예부터 물이 좋기로 유명하다. 백운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물로 빚은 포천 막걸리는 옛날 선조들의 목마름을 해소해주는 음료에서 어느덧 세계 곳곳에 수출하는 명물이 됐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동막걸리는 포천시 이동면의 지역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물맛이 싱겁지 않고 청량감을 더해주는 포천 이동면에서는 지금도 관을 통해 나오는 물을 그대로 마신다. 그만큼 물이 좋다. 지하 200~300m의 암반수를 이용해 만든 포천막걸리는 감칠맛, 단맛, 신맛, 쓴맛 등 여러 가지 맛을 낸다.

이준성 이동막걸리 부사장은 “포천 이동막걸리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옹기를 사용하다 2009년부터 위생관련하여 스테인레스의 재질로 된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자가 찾은 막걸리 제조 공정도 근대적인 공장의 형태를 갖춰 발효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천지일보 포천=이성애 기자] 발효장면.ⓒ천지일보 2018.9.26
 발효장면. (제공: 이동막걸리) ⓒ천지일보 2018.9.26

◆막걸리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문헌에 의하면 1500년 전부터 선조들의 양조법이 전해졌다. 1837년경 술 만드는 법에 관해 쓴 저자 미상의 양주방(釀酒方)에는 혼돈주(混沌酒)라는 이름으로 막걸리가 처음 등장한다. 조선 양조사에는 막걸리가 중국에서 전해져 대동강 일대에서 빚기 시작해 전국으로 퍼졌다고 하나 진위를 가리기는 어렵다.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막걸리의 역사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술 소비의 70%를 차지했지만 1965년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식량부족으로 막걸리의 주재료인 쌀 대신 밀가루나 잡곡이 막걸리의 재료로 사용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점차 식었다. 포천시 이동막걸리는 1957년 백운계곡의 화강암 지하수로 술을 빚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부터 불합리한 규제와 제약이 줄어들면서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 잊혔던 전통술이 다시 회복하기 시작한다. 무기질과 영양소가 풍부한 웰빙 술로 다시 한 번 중흥의 시기가 돌아오길 기대하며 포천시에는 이동막걸리, 일동막걸리, 배상면주 등 주류업체들이 하나둘 모여 다양한 아이템의 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동막걸리는 일본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1966년 살균막걸리를 개발해 유통기한이 늘어나고 단맛을 강조한 마케팅이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1977년에는 ‘쌀 소비 억제 정책’이 풀리면서 쌀막걸리 생산이 시작돼 당시 41년 전 막걸리 제조법을 적용해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천지일보 포천=이성애 기자] 포천시 회현면 전통술박물관 장독대. ⓒ천지일보 2018.9.26
[천지일보 포천=이성애 기자] 포천시 회현면 전통술박물관 술장독대. ⓒ천지일보 2018.9.26

◆막걸리 어떻게 만들어질까

막걸리는 고두밥과 물, 누룩을 혼합해 발효시켜 양조한 술덧을 채로 걸러낸 후 마시기에 적당한 농도로 물을 타 알코올 도수를 맞춘다. 막걸리의 어원은 ‘마구 거르다’에서 기원한다. 빛깔과 맛, 용도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게 불린다. ▲막걸리(마구 거른 술) ▲탁배기(술 빛깔이 흐리고 탁하다) ▲가주(집마다 담그는 술) ▲백주(술 빛깔이 우유처럼 희다) ▲농주(농사일에 널리 쓰이는 술) ▲제주(제사를 지낼 때 제상에 올린 술) ▲향주(백성이 즐겨 마셨던 술) ▲국주(나라를 대표하는 술) 등 우리에게 친근감으로 남아있는 술이 바로 막걸리다.

대부분 막걸리가 수입쌀을 원료로 하는 반면 포천 이동막걸리는 경기온천 쌀을 100% 사용한 햅쌀 막걸리를 사용한다. 막걸리를 국민주로 꾸준히 사랑받게 하기 위한 포천 사람들의 노력이다.

막걸리는 살균막걸리와 생막걸리로 구분된다. 살균막걸리는 출하하기 전 효모와 유산균을 멸균해 발효가 더 진행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출하 시 균일한 맛을 유지하지만, 발효로 생기는 탄산 특유의 톡 쏘는 청량감은 없다. 그러나 장기보관(1년)이 가능하다. 생막걸리는 청량감과 더불어 풍부한 유산균이 장 건강에 좋다. 대신 보관 기간이 짧다. 더불어 운송 및 보관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저온에서 완전 숙성 후 최첨단 설비로 살균하고 천연 탄산을 첨가해 개운한 뒷맛이 일품이다.

[천지일보 포천=이성애 기자] 지난 20일 이동면 파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천지일보 2018.9.26
[천지일보 포천=이성애 기자] 지난 20일 포천시 이동면 파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천지일보 2018.9.26

◆막걸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막걸리의 80%는 물이다. 이외에 20%에는 알코올 6~7%,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가 차지하며 나머지 10%에는 식이섬유와 비타민B, 비타민C, 유산균, 효모 등이 혼합돼 있어 ‘영양의 보고’로 불린다. 많은 연구 보고에 의하면 미용, 영양, 피로회복, 항산화, 항암 효과가 있다. 막걸리에는 당질, 콜린 등이 있어 성인병 예방과 혈액 순환에도 도움을 준다. 막걸리는 다른 식이 음료에 비해 1000배 이상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술 문화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포천 화현면에 있는 전통술박물관 ‘산사원’을 찾길 추천한다. ‘산사원’에서는 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술을 맛볼 수 있는 시음장도 마련됐다. 이곳은 ‘전통주는 자연이 준 선물’이라며 전통술의 미학과 귀한 술 약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인의 술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은 20여년전 좋은 물을 찾아 포천 회현면에 자리잡은 배상면주가 건립했다.

산사원 주차장에서부터 술독이 쫙 늘어진 장독대 통로를 들어서자 술 익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막걸리는 밥처럼, 약주는 반찬처럼, 소주는 술처럼 즐기라’는 문구가 술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포천 이동면 밭에서 바쁜 일손을 놀리던 한 농부는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며 출출한 배를 채운다”며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영양주”라고 말했다. 기자가 맛이 어떤지를 물어보자 “무엇에 비교할꼬. 그냥 무조건 맛있다”며 웃어 보였다.

가을이 무르익어 벼들도 고개를 숙이고 바야흐로 추수의 계절이 다가왔다. 벼를 베며 허기와 목마름을 채워줬던 막걸리. “술과 차 모두 근본은 물이며 물이 없으면 차의 형태도 술의 모습도 없다. 술은 마음속에 있는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꺼내 보이는 역할을 하지만 지나치면 해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다주론’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막걸리를 마시며 지친 삶에 잠깐의 휴식을 추천해본다.

[천지일보 포천=이성애 기자] 막걸리가 포장되어 나오고 있다.ⓒ천지일보 2018.9.26
[천지일보 포천=이성애 기자] 포천 막걸리가 포장되어 나오는 장면.ⓒ천지일보 2018.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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