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 410개 문서 파일 중 사법부 전산망에 공개하지 않았던 미공개 문건228건을 31일 오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천지일보 2018.7.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 410개 문서 파일 중 사법부 전산망에 공개하지 않았던 미공개 문건228건을 31일 오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천지일보 2018.7.31

6월 18일 특수부 사건 배당

하드디스크 원본 두고 신경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검찰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 농단 의혹’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 수사에 들어간 지 100일이 넘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며 수사 압박 강도를 높인 반면 법원은 영장을 연이어 기각시키며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은 지난 6월 18일 서울중앙지검이 재판 거래 의혹 등 고소·고발 사건을 특수1부에 배당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당초 사건은 공공형사수사부에 배당됐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을 특수부에 재배당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앞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수사에 속도를 높여갔다. 먼저 법원행정처에 컴퓨터 하드디스크 원본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줄 것을 서면으로 요청했다. 대법원 자체 조사 결과 410건의 문건이 확인됐지만 이외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더 확보하겠다는 의지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일부 자료를 제출하면서도, 공무상비밀에 해당되지 않고 구체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검찰이 강하게 요청한 하드디스크 원본 등은 제출을 거부했다.

이후 법원으로부터 자료 일부를 제출받은 검찰은 해당 문건에 등장하는 관계자, 변호사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상황을 면밀히 조사했다. 이어 본격 착수 한 달이 된 지난 7월말 처음으로 임종헌 전(前)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임 전 차장이 숨긴 것으로 알려진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확보하는 등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전 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당시 행정처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영장은 모두 기각시켰다. 이에 의혹의 핵심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각종 의혹은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 무효 정황, 강제 징용 사건 등 재판 거래, 부산 스폰서 판사 징계 무마 등 연이어 불거졌지만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압수수색만으로 자료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음에 따라 검찰은 수사 방법을 바꿔 전·현직 고위 법관들과 실무급 역할을 담당한 중견급 판사들을 다수 불러 조사했다. 관련자 개개인의 진술·증거 확보에 주력하며 ‘윗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유의미한 진술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이 전 처장, 임 전 차장 등의 연루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진술이 전·현직 법관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 유해용(52, 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재판 자료 등 기록을 유출한 사실과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유 전 연구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A4용지 2장 분량(2780자)의 장문의 사유를 밝히면서 이를 기각했다. 이는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경우였다.

검찰은 필요시 계속해서 압수수색과 구속영장을 청구해나갈 방침이다. 또한 이례적인 사유로 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유 전 연구관에 대해서도 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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