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 출범 기자회견. (출처: 불교닷컴)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 출범 기자회견. (출처: 불교닷컴)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사무와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하는 종무원들이 종단 차원의 민주노총 산하 노조 최초로 노동조합을 출범시켰다. 노조 출범에 조계종 집행부는 유감을 표했다.

전국민주연합노조 대한불교조계종 지부(조계종지부)는 최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노동조합 지부장에는 심원섭 포교원 전법팀장이, 사무국장에는 심주완 호계원 사무팀장이 맡았다. 조계종지부는 40여명의 종무원이 가입했으며 조합원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현재 조계종 중앙과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종무원 등은 300∼400명이다.

조계종지부는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조합 출범 선언문’에서 “우리는 노동조합을 출범하며 당당하게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고, 우리의 일터인 종단과 사찰이 세상에 든든한 안식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유로운 의견조차 표현하기 어려운 조직문화 개선과 종무원들의 인권 및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용안정, 직장 내 성평등, 근로조건 개선할 것 ▲평등한 공동체 실현을 통해 불자와 국민에게 신뢰받는 종단을 만들 것 ▲민주주의의 구현, 한반도 평화통일과 민족공동체 실현을 위해 사회적 연대를 적극 추진할 것 등을 결의했다.

조계종 노동조합이 출범하자 개혁 측인 신대승네트워크는 즉각 환영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현재 조계종은 출가자의 급감, 300만 불자들의 이탈, 불평등의 심화, 승가공동체의 해체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오직 종도들과 종헌 종법이라는 기준을 갖고 무너져 가고 있는 종단의 자정과 혁신, 사부대중공동체 구현, 사회적 가치의 실현에 앞장서 나가는 노동조합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종무원들이 노조를 설립한 데 대해 조계종 집행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조계종은 대변인 총무원 기획실장 학암스님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종단 내부에서 노동조합이라는 형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려는 움직임에 집행부는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최근 우리 종단은 내부 문제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으며, 또한 새로운 총무원장 선출이라는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종단적으로 매우 중차대한 시기에 종무원들의 노동조합 결성 소식은 매우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소통의 여러 방안이나 기회가 있었음에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종단의 자율적 논의 구조를 무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조계종은 민주노총이 앞서 조계종 개혁운동을 지지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조계종은 “민주노총 지도부는 최근 종단을 음해하는 세력에 동조했고 불교 내부 문제에 개입해 불자들의 우려와 불신을 불러일으켰다”며 “이런 민주노총과 연계해 종단 정치 문제에 관여하고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의 행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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