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만나본 박물관] ‘종소리’ 영혼 깨우고 세상 밝힌다
[이달에 만나본 박물관] ‘종소리’ 영혼 깨우고 세상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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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기록된다. 역사는 미래를 바라볼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겨진 유물은 그 당시 상황을 말해 주며 후대에 전해진다. 이 같은 역사적 기록과 유물을 보관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장소가 박물관이다. 이와 관련, ‘이달에 만나본 박물관’ 연재 기사를 통해 박물관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진천종박물관 앞에 있는 ‘생거진천 대종각’ⓒ천지일보 2018.9.23
진천종박물관 앞에 있는 ‘생거진천 대종각’ⓒ천지일보 2018.9.23
ⓒ천지일보 2018.9.23

[진천 종박물관]
끊이지 않는 여운 그득한 소리
가치 인정돼 ‘코리아벨’로 불려 
종 세속 번뇌 잊는 의미 담겨 

산 좋고 물이 맑은 생거진천

통일대탑으로 불리는 목탑

천년 숨결 지닌 영험한 농다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끊이지 않는 여운 그득한 종소리. 일명 ‘맥놀이 현상’이라고도 부른다. 깊은 여운을 주는 우리나라 종은 이미 ‘코리아벨’이라는 명칭이 있을 정도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종소리는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새해 첫날이나 3.1절 행사 등 특별한 날에 종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그렇다면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고 듣는 이는 얼마나 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곳이 있으니 지난 2005년 개관한 ‘진천종박물관’이다.
 

진천 종박물관 외관 ⓒ천지일보 2018.9.23
진천 종박물관 외관 ⓒ천지일보 2018.9.23

◆국내서는 ‘범종’ 유명

종은 금속으로 만든 타악기다. 악종(樂鐘), 시종(時鐘), 경종(警鐘), 범종(梵鐘) 등 범위는 다양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컫는 종은 주로 범종을 말한다. 범종은 절에서 시간을 알리거나 사람을 모을 때, 또는 의식을 행하고자 할 때 사용되는데 불교가 융성하면서 중생을 구제하는 종교적 기능을 하게 된다. 

길게 울려 퍼지는 범종. 그 장엄하고도 청명한 소리는 듣는 이에게는 세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편안히 해주고, 마음을 깨끗이 참회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저서 ‘사찰 장식의 미와 선’ 중에는 ‘새벽녘 사찰은 고요한 세상을 깨울 준비에 분주하다. 지옥의 중생과 만물을 깨우는 대종소리를 시작으로 주종과 하늘땅의 모든 생물과 우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고 기록돼 있다.

김자람 진천종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범종의 의미에 대해 “그 소리를 통해서 만물을 깨운다는 의미가 있다”며 “세속의 번뇌를 잊게 하고 무명(無明)을 깨우친다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종 제작 모습을 재현한 모형ⓒ천지일보 2018.9.23
종 제작 모습을 재현한 모형ⓒ천지일보 2018.9.23

◆‘코리아벨’이라 불리는 이유

특히 우리나라 범종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독특한 요소가 있다. 우리나라 범종은 삼국시대 불교의 전래 이후 제작 사용됐다고 여겨지나 현재 남아 있는 것은 6세기 이후인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뿐이다. 

통일신라시대 범종은 한국 범종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삼국유사’ 권 3 ‘원종흥법 염촉멸신’ 조에 ‘천수 6년(565)에 범종을 사찰에 걸었다’는 기록 등으로 볼 때, 6세기 후반경부터 이미 범종이 사용됐으리라 추정된다.

우리나라 범종은 ‘코리아벨’이라 불릴 정도로 형태와 울림소리가 아름답다. 김 학예연구사는 “웅장한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소리는 세계에서 으뜸”이라며 “외형은 물론 세부적인 장식 요소도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박물관 앞에 있는 소원을 적은 종자물쇠 ⓒ천지일보 2018.9.23
종박물관 앞에 있는 소원을 적은 종자물쇠 ⓒ천지일보 2018.9.23

우리나라 종 중에는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이 유명하다. 성덕대왕신종은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왕을 기리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종이다. 제작 기간만 34년이다. 높이는 3.66미터, 무게는 18.9톤으로 위용을 뽐낸다. 

독일의 고고학자 켄멜 박사는 “이 종이야말로 세계 제일의 종이라 부를 만하다. 만약 독일에 이 같은 종이 있다면 종 하나만 가지고서도 훌륭한 박물관을 건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극찬했다. 

그렇다면 진천에 종박물관이 세워진 배경은 무엇일까. 진천은 고대 철생산 유적지인 ‘석장리 유적’이 있다. 석장리는 한국 최초로 4세기대로 편년되는 고대제철로의 실례가 발견됐다는 점을 들 때 금속공예의 제작도 가능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진천 인근 지역인 청주 운천동에서 통일신라시대 후기의 범종이 출토돼 고려시대의 용두사지 철당간도 남아 있다. 즉, 진천이 제철이나 금속과 인연이 깊고 종을 만드는 주철장 선생(국가 중요무형문화재 112호)이 작업장을 갖고 있어 종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김 학예연구사는 “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적 행사에서 사용된다”며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상원사 동종을 재현한 ‘평화의 종’이 울려 퍼졌다”며 “종 울림이 마치 빛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표현됐는데, 그 속에는 모든 이의 평화·통일에 대한 바람이 담겼다”고 말했다. 

진천 보탑사에 안에 있는 보탑사종 ⓒ천지일보 2018.9.23
진천 보탑사 안에 있는 보탑사종 ⓒ천지일보 2018.9.23

◆진천 보탑사와 농다리

진천에는 1996년에 창건된 사찰인 ‘보탑사’가 있다. 그리 오래된 사찰은 아니지만 ‘통일대탑’이라 불리는 거대한 삼층목탑 건물로 유명하다. 신라는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우고 23년 만에 삼국통일의 뜻을 이뤘다. 

이를 닮은 통일대탑은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세운 건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통일의 그 순간, 남북한의 모든 이의 귓가에 들리는 보탑사의 종소리는 긴 시간의 애환을 풀어주지 않을까. 

진천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인 ‘농다리’도 있다. 이 다리는 고려 초엽시대의 권신, 임장군이 놓았다는 돌다리로 규모가 크고 축조술이 특이하다. 마치 물고기 비늘처럼 안으로 차곡차곡 들여 쌓은 모양이다. 자연석을 석회 등을 바르지 않고 그대로 쌓았는데도 견고해 장마가 져도 유실됨이 없다. 농다리는 천년을 견디고 있어 우리나라 토목공학적인 측면에서도 귀중한 자료로 연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인 진천농다리 ⓒ천지일보 2018.9.23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인 진천농다리 ⓒ천지일보 2018.9.23

농다리는 종과도 닮아있었다. 허원 해설사는 “농다리는 영험한 다리로 알려져 있다”며 “타종할 때 기도를 하면서 소원을 비는 것처럼 이 다리에서 기도하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진천은 ‘생거진천(生居 鎭川)’이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산 좋고 물이 맑은 곳이며, 종과 관련된 다양한 스토리가 담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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