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는 제수 준비를 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2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는 제수 준비를 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2

폭염·폭우 등 가격 상승 여파 여전

가격만 묻고 발길 돌리는 소비자들

“대형마트와 비교해 가격 큰 차이 없어”

[천지일보=김정필·김성완 기자] “올해 폭염이나 태풍 등의 영향으로 과일 작황이 부진해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습니다. 추석 대목이라 평소보다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매출은 크게 늘진 않았습니다.”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분주하게 손님을 맞이하던 과일가게 직원 송동형(30, 남, 서울 관악구)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어 송씨는 “추석 때 쓰일 물건을 미리 확보해뒀는데 장사가 안돼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해 전월대비 채소(30%), 과실(9.0%) 등 농산물 가격이 14.4% 상승했다. 올해 여름 계속된 더위와 폭우로 인해 농작물 가격의 상승 여파와 움츠러든 소비 심리가 9월에도 지속되는 모양새다.

이날 오후 망원시장은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시장 통로 양쪽에는 과일가게, 채소, 생선, 식육점, 건어물, 분식점 등이 점포를 열고 손님을 맞이했다. 제수 준비 등을 위해 장바구니를 끌고 나온 부부, 유모차를 끌고 장을 보는 가족, 첫 명절을 준비하는 신혼부부 등이 시장을 가득 채웠고, 상인들은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싱싱한 과일 사세요” “따뜻한 전이 있습니다” “시금치 한 단에 3000원입니다”라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손님들은 조금이라도 가격을 깎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2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2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재기(50대, 남, 서울 양천구)씨는 “사과 1박스(14개)가 4만~5만원 정도로 작년보다 40% 올랐다”며 “배, 복숭아 등 전반적으로 작년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라 도매상에서 물건을 덜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들은 물건은 보러 왔다가 ‘비싸다’며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17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선화(가명, 여, 60대)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추석이라 사람은 많은데 매출에 크게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며 “손님들이 비싼 것을 사야 매출이 오르는데 저렴한 것들만 구매하니까 일거리만 많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손님이 많이 오지만 가격만 묻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때문에 상인들은 이윤이 적게 남더라도 정량에서 조금 더 얹어 주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직접 채소를 재배해 판매하는 이미영(60대, 여, 서울 마포구)씨는 “올해 여름 너무 가물어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아 채소가 다 비싸다”며 “물건을 더 얹어 주지만 사람들은 쉽게 구매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제수 준비를 위한 채소 등을 구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2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제수 준비를 위한 채소 등을 구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2

물건을 구매하러 시장을 찾은 손님 또한 상품 가격이 상승해 선뜻 구매하지 못했다. 손님들은 물건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가격만 묻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사과와 배를 찬찬히 둘러보던 김덕례(68, 여, 서울 마포구)씨는 “이번 제사상에 과일을 많이 올리지 않을 것이라서 좋은 상품을 찾다 보니 사과·배 가격이 하나에 5천~1만원 사이로 비싸다”며 “다른 곳을 몇 군데 더 둘러 보고 사야겠다”고 말했다.

장바구니 가득 제수를 준비하고 가족을 기다리던 김연숙(70대, 여)씨는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이 더 저렴할 것 같아서 왔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며 “작년에는 제수 준비로 30만원 들었는데 이번에는 50만원이 지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품 가격이 설에도 이와 비슷하면 구매량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시장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이영호(47, 남, 서울 은평구)씨는 “시장에 사람들이 많지만 대부분 관광객”이라며 “장사가 잘되는 곳은 분식점, 커피숍 등 먹거리 장사들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장사를 하는 상인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한 시민이 생선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2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한 시민이 생선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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