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지난 20일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1-1구역 주택개발정비사업(전포동 15-2번지 일원) 철거현장서 1급 발암물질 슬레이트가 방치된 채 발견된 모습. ⓒ천지일보 2018.9.22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지난 20일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1-1구역 주택개발정비사업(전포동 15-2번지 일원) 철거현장서 1급 발암물질 슬레이트가 방치된 채 발견된 모습. ⓒ천지일보 2018.9.22

K주무관 “19일 마무리 확인했다”… 하루만에 말 바꿔

L주무관 “철거 하다 보면 잔재물은 좀 떨어질 수 있다”… ‘논란’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비난’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1급 발암물질 슬레이트가 방치됐지만 관할구청인 부산진구청이 안일하게 대응해 눈총을 사고 있다.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1-1구역 주택개발정비사업(전포동 15-2번지 일원) 철거현장에는 석면철거업체와 주택철거업체로 나뉘어 있다. 그중 서울 은평구에 있는 인앤인하이텍 석면철거업체가 지난 17~19일 전포1-1구역 진남로462번길 일대를 포함해 3번째 석면철거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와 운반까지 끝냈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석면 잔재물을 발견치 못해 방치하는 등 해당 석면철거업체의 석면철거 관련 규정 위반이 드러나면서 비난을 샀다(본보 지난 20일).

이런 가운데 21일 오후 부산진구청 환경녹지과 K주무관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루 사이에 자신이 한 말을 180도 바꾸며 ‘석면철거업체를 두둔하는 식의 행정을 펼치는 것 아닌가?’라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자는 지난 20일 전포1-1구역 주택개발정비사업 철거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현장 주변에는 철거로 인해 녹슨 철근, 콘크리트 잔재, 잡다한 쓰레기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며 진남로462번길 일대 석면철거 흔적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오후 1시께 현장 주변을 지나는 한 주민의 말을 듣고 주위를 살피던 중 구석진 곳과 사람이 다니는 길가에서 여러 조각의 석면 잔재를 발견했고 사진과 동영상을 남긴 뒤 부산진구청과 석면철거업체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이날 오후 통화가 연결된 부산진구청 환경녹지과 K주무관은 “현장 감리사를 통해 확인결과 어제(19일) 오후 6~8시 석면처리가 완전히 마무리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대뜸 석면잔재 사진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폐기물 담당자가 따로 있지만 의논을 해 내일 오전 중에 확인을 해 볼 계획으로 전화를(해당 업체에) 해놨으니 먼저 사진을 확인하려 한다”며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이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것이 맞다”라며 요구에 불응했다.

이어 해당 감리사 전화번호를 요구하자 K주무관은 “감리사에게 전달해 전화하라고 하겠다”고 말 했지만 감리사 전화는 없이 감리사 연락을 받았다며 서울 종로구 소재 인앤인하이텍 석면철거업체 B책임자가 두 번에 걸쳐 전화를 걸어 왔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진구 전포1-1구역 진남로462번길 일대(왼쪽). ⓒ천지일보 2018.9.22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진구 전포1-1구역 진남로462번길 일대(왼쪽). ⓒ천지일보 2018.9.22

그는 “지난 17~19일 철거하고 마무리한 그곳에는 잔재가 남아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19일 오후 철저히 확인하고 완료 사진까지 찍고 마무리 후 상경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설명이 끝난 B책임자에게 “해당 지번에서 석면 잔재가 나왔다”고 말하자 당황한 듯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그러면서 “내일 아침 첫차로 현장에 가보겠다”고 대답했다.

또 B책임자는 “보도를 할 것인지?”의 여부도 재차 확인하는 등 불안한 심기를 감추지 못해 보였다.

지난 21일 일찍 현장을 다시 찾았다. 현장에는 해당 석면철거업체 한 관계자가 우산을 쓰고 기사에서 언급된 석면 잔재물이 남아있던 곳을 들여다보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어 11시께 부산진구청 직원 두 명이 도착해 업체 관계자와 10여분 남짓 석면철거현장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 부산진구청을 찾아 현장 확인결과에 관한 질문에 구청직원은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환경녹지과 K주무관은 “확인결과 20일 오전에 잔재가 다 수거되고 현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석면철거업체에 물어본 결과 현장은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런 K주무관은 지난 20일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감리사와 통화를 해보니 19일 오후 6~8시 사이에 마무리가 확실히 다 됐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석면 잔재가 나온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자신이 한 말을 잊어버린 듯 이날에는 말을 뒤엎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0일 감리사에게 확인한 K주무관, 석면처리업체 B책임자 등 모두 일치한 대답을 했고 절차상 하자가 있었음을 석면철거업체는 통화에서 직접 시인했다.

하지만 이날 확인차 현장을 찾은 주무관들 태도는 당연하다는 투로 “문제가 없다”며 돌변해 있었다.

황당함을 뒤로한 채 “어제 철거업체와 두 번의 통화 확인결과 19일 마무리하고 상경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대답하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 사안은 청소과 폐기물 담당자 L주무관 소관이라며 바통을 그쪽으로 넘겼다.

그런 K주무관에게 지난 20일 만난 주민의 말을 인용하며 ▲마을 주민이 17일 오후 내려와 보니 석면 철거현장에는 가림막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점 ▲수북이 쌓인 철거 슬레이트가 무려 3일 동안 무단방치돼 있었던 점 ▲철거전 습윤화(고착화)작업이 먼저 선행됐는지 등 “해당사안에 대해 어떤 확인이 있었나?”라고 묻자 이번엔 “우리 소관이 아니기에 노동부에 전화해서 직접 확인하면 된다”며 이름도 모른다는 노동부 담당자 전화번호를 불러주는 것이다.

또 그에게 최근 3년 동안의 부산진구 전체 슬레이트 지붕 철거 개·보수 사업 현황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자 K주무관은 “부산진구에 많기(슬레이트 지붕)는 하지만 알 수가 없다”며 “시청에서 자료를 받았으면 그 자료가 맞다”라며 자료를 전수조사하고 목록조차 없음을 시사했다.

바통을 넘긴 K주무관과 업무를 협의한다는 청소과 폐기물담당 L주무관은 “오전에 이어 오후에 재차 현장에 가보니 지목한 곳은 깨끗이 처리된 상태였고 석면철거업체 직원에게 20일에 잔재물을 치운 것으로 들었다”며 “철거를 하다 보면 잔재물은 좀 떨어질 수 있다. 철거과정에서 이뤄진 잔재물이 떨어진 부분은 공사가 완료되기 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노동부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런 그에게 B책임자와의 통화 내용을 또 설명하며 시민 입장에서 “찍은 동영상을 제보 하면 되겠습니까?”라고 말하자 그제야 “확인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부산진구청 폐기물 담당 L주무관은 지난달 15일에도 가야에 위치한 한 철거업체가 무단으로 석면을 묻어버려 논란이 된 상황에서 피해자 비상대책위와의 통화에서 “이 정도는 미미한 사안인데 넘어가면 안 되겠나?”라는 뉘앙스로 말을 건넸고 비대위가 처벌을 원하자 그제야 “폐기물법으로 조치하겠다”고 대답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전포1-1구역 석면철거현장서 철거업체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주민 D씨에 따르면 부산진구청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담당 소관이 아니다. 노동부로 전화를 해라”는 등의 공무원 답변에 여러 방면으로 관련 부서를 찾아 전화를 돌렸지만 결국 찾아오는 공무원은 없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지정한 1급 발암 물질이다. 아주 소량의 석면을 흡입해도 폐증·폐암·악성중피종 등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장 50년의 잠복기를 거쳐 각종 중피암 및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석면 관련 현장 작업에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유해물질이다.

더군다나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1-1구역 주택개발정비사업(전포동 15-2번지 일원) 철거현장 일대의 슬레이트 지붕들은 이미 십수 년이 지나 노후된 것으로 손으로 스치기만 해도 유해물질이 날릴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행위를 관리 감독해야 할 감리사가 현장에 있었지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나 다름없다는 비판과 해당 지자체는 소관(所管)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뒷짐 진 안일한 행정의 민낯을 드러냈다.

특히 K담당주무관은 인근 주민이 보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가 인부와 실랑이가 있었던 점, 피해 주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사실까지 알고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가 하면, L주무관은 이런 상황에서도 구민의 안전은 뒤로한 채 “소량이기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는 식의 대답으로 일을 무마하기 급급한 이 상황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요 ‘탁상행정식’의 극치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구민을 외면한 공무원이 구민이 낸 혈세를 받을 자격이 되는지 여부도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