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시간 30분 거리로 조성된 횡성호수길은 연인·가족과 손잡고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딱 좋은 장소다. 호수로 인해 지금은 볼 수 없는 옛 마을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기록해 놓은 망향의 동산은 호수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사진은 횡성호수길 입구에서 본 절경. ⓒ천지일보 2018.9.21
약 1시간 30분 거리로 조성된 횡성호수길은 연인·가족과 손잡고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딱 좋은 장소다. 호수로 인해 지금은 볼 수 없는 옛 마을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기록해 놓은 망향의 동산은 호수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사진은 횡성호수길 입구에서 본 절경. ⓒ천지일보 2018.9.21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횡성호수길’

사람 손길 자제한 자연 그대로

횡성호 두른 오솔길 2시간 코스
 

폐목 조형물, 쉼터 곳곳에 비치

횡성 한우 조형물도 호수에 둥둥

수몰된 주변 마을, 한곳에 기록

횡성군 최고봉 태기산도 인근에

[천지일보=장수경·이현복 기자]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모처럼 고향에 왔는데 올해는 좀 더 특별한 추억을 남길 방법이 없을까. 맛있는 추석 음식을 먹고 자동차를 타고 야외를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만 나가면 보석처럼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에는 ‘횡성호수길’이 있다.

약 1시간 30분 거리로 조성된 횡성호수길은 연인·가족과 손잡고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딱 좋은 장소다. 서울에서 약 2시간, 횡성군청에서 약 20분 거리에 있다. 인근의 평창이나 원주, 홍천에 있는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도 횡성호수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호수 위로 횡성의 마스코트인 한우 모양의 조형물이 떠 있다. ⓒ천지일보 2018.9.21
호수 위로 횡성의 마스코트인 한우 모양의 조형물이 떠 있다. ⓒ천지일보 2018.9.21

◆역사 향기 깃든 횡성

호수길이 있는 이곳 횡성은 둔내면, 갑천면 일대에서 구석기 유적뿐 아니라 신석기, 청동기 시대 유물도 발견됐다. 즉 구석기 이후 계속 사람들이 거주한 곳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고구려 때 ‘횡천(橫川)’ 또는 ‘어사매’라 부르다가, 신라 때는 황천, 고려 때 다시 횡천이라고 불렀다. 조선 태종 14년에는 이웃한 홍천(洪川)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하여 횡성으로 개칭해 지금에 이르렀다.

역사의 향기가 깃들어 있는 횡성에 조성된 호수길은 유난히 더 푸르렀다. 호수길의 제5구간(4.5㎞)은 수자원공사와 협약을 맺고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7년 6월 착공해 2018년말 준공했다.

호수길은 ‘시간(時間) 풍경에 물들다’ ‘공간(空間) 호수에 비추다’ ‘인간(人間) 숲에 깃들다’는 공간 콘셉트로 자연과 인간이 소통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사람의 손길을 최대한 자제한 자연 그대로의 오솔길, 자연과 함께하는 전망대, 횡성호수길의 옛 추억을 찾아가는 공간이 조성돼 있다.

호수길의 시작은 횡성군 갑천면 ‘망향의 동산’에서부터다. 호수길 환영 안내판이 보이면 본격적으로 호수길이 이어진다. 자연 그대로의 길이어서인지 땅이 푹신푹신했다. 저 멀리 호수 위로 횡성의 마스코트인 한우 모양의 조형물이 떠 있었다. 역시 이곳은 횡성이었다.

사랑을 나누는 모습의 하트조형물. 조형물 사이의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으면 된다.ⓒ천지일보 2018.9.21
사랑을 나누는 모습의 하트조형물. 조형물 사이의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으면 된다.ⓒ천지일보 2018.9.21

‘장터가는 사람들(포토존)·오일장 가는 가족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고갯길을 넘어 횡성 오일장을 가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형상화한 이곳은 횡성 사람들의 삶을 한 장면으로 담아 놓은 듯했다. 한강의 역사와 생태를 볼 수 있는 사진 전시회도 마련됐다.

호수길 중간 중간에는 폐목으로 만든 동물 모양의 조형물이 있었다. 쉼터도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횡성호를 배경으로 사진찍기 좋은 날씨였다. 청명한 가을하늘에 횡성호가 질투한 걸까. 햇살을 받은 횡성호의 물결도 반짝이며 아름다움을 뽐냈다. 바람에 몸을 맡긴 호수는 흰 물결을 일렁이며 춤추고 있었다.

호수길 중간 중간에 포토존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폐목으로 만든 동물 모양의 조형물 ⓒ천지일보 2018.9.21
호수길 중간 중간에 포토존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폐목으로 만든 동물 모양의 조형물 ⓒ천지일보 2018.9.21

호수길을 조금 더 오르니 숲속카페가 있었다. 음악과 함께 차·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이곳은 버스킹 공연, 7080 추억의 통기타 공연이 열리는 장소였다. 관객이 공연과 하나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곳을 찾은 한 중년 남성은 마련된 작은 무대에 서서 자연을 벗 삼아 시한수를 읊었다. 남성의 중저음의 목소리와 잔잔히 연주되는 음악. 관객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듯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반환점을 지나면 ‘타이타닉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깨가 쏟아지는 한 젊은 커플도 이곳에서의 추억을 기념하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안전요원을 맡은 횡성군여성예비군 이정화 예비군소대장은 “바람에 호숫가 물결이 은빛을 내며 반짝인다”며 “자연을 살리면서 호수길을 조성해 더욱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어 “지형적으로 보면 태기산과도 가깝고 전방과도 가깝다”며 “특히 이곳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앞으로도 깨끗하게 보존돼야할 장소”라고 강조했다.

횡성호수길의 시작점인 망향의 동산은 사연을 지닌 곳이기도 했다. 지난 2000년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갑천면 구방리, 중금리, 화전리, 부동리, 포동리 등 5개리 258세대가 물속에 잠기게 됐다. 사진은 망향의 동산에 세워진 비석 ⓒ천지일보 2018.9.21
횡성호수길의 시작점인 망향의 동산은 사연을 지닌 곳이기도 했다. 지난 2000년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갑천면 구방리, 중금리, 화전리, 부동리, 포동리 등 5개리 258세대가 물속에 잠기게 됐다. 사진은 망향의 동산에 세워진 비석 ⓒ천지일보 2018.9.21

 

◆갑천면 ‘망향의 동산’

횡성호수길의 시작점인 망향의 동산은 사연을 지닌 곳이기도 했다. 지난 2000년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갑천면 구방리, 중금리, 화전리, 부동리, 포동리 등 5개리 258세대가 물속에 잠기게 됐다. 이때 수몰민의 삶의 흔적과 역사를 기록해 놓은 곳이 바로 망향의 동산이다.

이곳에 세워진 비석에는 ‘중금·부동·화전·구방·포동 다섯 동네가 오순도순 둥지를 틀었던 그 아늑하던 산들 내는 우리들 어머니 품이며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요, 이 땅에 터 잡아 누대를 살아오며 때로는 기쁨에 절로 흥겨웠고 더러는 슬픔을 함께 나누던 우리네 얼과 혼이 깃들인 삶의 터전입니다’라고 기록돼 있다.

또 ‘내 할아버지가 그랬듯 내 아버지가 대를 이어 오곡백과 가꾸며 작은 역사를 만들어온 이 터의 품에 안겨 다시는 그 뜨거운 숨결을 들을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배 앞부분을 연상하게 하는 ‘타이타닉 전망대’ ⓒ천지일보 2018.9.21
배 앞부분을 연상하게 하는 ‘타이타닉 전망대’ ⓒ천지일보 2018.9.21

이곳에 살았던 누군가의 사연을 기록해 놓은 비석. 비록 지금은 횡성군 갑천면의 하나의 역사로 남게 됐지만,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 가슴을 울렸다.

망향의 동산에는 중금리 탑둔지에 있던 ‘중금리 3층 석탑’ 2기와 화성정도 건립돼 있다. 과거 중금리 탑둔지에는 통일신라 시대경으로 추측되는 사찰터와 서로 마주보며 중금리를 지켜온 3층 석탑이 유구한 세월을 대변하듯 우뚝 서 있었다. 지금은 만나볼 수 없는 장소지만, 이곳 갑천의 오랜 역사를 떠올리도록 하는 유물이었다.

한 커플이 횡성호수길 입구를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1
한 커플이 횡성호수길 입구를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8.9.21

 

◆수려한 자연환경 곳곳서 느껴

횡성군에는 수려한 자연환경을 지닌 곳이 많다. 횡성군의 최고봉(1261m)인 ‘태기산’은 웅장한 산세만큼이나 전망 또한 일품이다. 특히 계곡이 빚어내는 설경이 유난히 아름다워 겨울철에도 사람의 발길이 이어진다.

태기산은 삼한 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에 대항하던 곳이라 하여 이름을 고쳐 부르게 됐다. 지금도 역사를 떠올릴 수 있는 성벽의 일부가 남아 있다.

한강의 역사와 생태를 볼 수 있는 사진 전시회 ⓒ천지일보 2018.9.21
한강의 역사와 생태를 볼 수 있는 사진 전시회 ⓒ천지일보 2018.9.21

‘어답산’도 있다. 왕의 발길만은 허락한 오지의 선경 어답산은 ‘임금이 친히 밟아본 산’이라는 뜻으로 신라 박혁거세가 태기왕을 뒤쫓다가 이 산에 들러 그 설경에 감탄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어답산을 끼고 굽이굽이 6m를 거슬러 올라가면 ‘병지방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섬강’도 유명하다. 태기산에서 발원하여 횡성 곳곳을 적시며 원주로 흐르는 섬강은 강바닥이 보일듯 한 맑은 물과 병풍처럼 둘려 있는 강가의 기암괴석, 잘 정비된 수변 공원시설로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장소다. 섬강을 막아 생긴 인공호수로 만든 횡성댐을 가로질러 전망대에 오르면 웅장한 댐의 모습과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다.

또 산자락 아래 쏟아지는 물줄기의 시원함을 전해주는 ‘봉명폭포’는 폭포의 물줄기 떨어지는 소리가 봉황의 울음소리 같다 하여 이름 지었다고 한다. 
 

횡성호수의 절경을 느낄수 있는 코스 ⓒ천지일보 2018.9.21
횡성호수의 절경을 느낄수 있는 코스 ⓒ천지일보 201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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