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인선 기자]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된 하림의 ‘병아리 갑질’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반면 AI사태 이후 닭 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는 불공정행위가 이뤄졌다고 판단,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20일 공정위는 ㈜하림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2014년 계약농가의 AI 살처분 보상금 정산 과정에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보상금 일부를 편취했다는 신고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혐의 처분했다.

이번 공정위의 조사는 지난해 국감에서 ‘하림이 AI 보상금 관련 병아리 계약단가를 일방적으로 변경하여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관련한 신고가 접수되면서 이뤄졌다.

하림과 농가 간 거래시스템은 복잡하다. 먼저 하림이 외상으로 병아리와 사료를 농가에 판매하면 농가는 이를 받아 닭으로 키운다. 닭이 다 자라면 하림은 다시 농가에서 이를 전량 매입하며 닭 가격을 지불한다. 이때 하림은 닭값은 외상값을 제외한 부분만 치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AI사태 등으로 닭들이 대량 살처분을 당하면 농가들이 외상으로 받았던 병아리 값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되는 구조다.

이번 의혹은 지난해 AI사태로 정부로부터 살처분 보상금을 받은 농가가 채무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하림과 농가가 이를 정산할 때 하림이 일방적으로 병아리 가격을 올렸다는 것.

이에 대해 공정위 사무처는 이런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봤지만 위원회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림과 농가의 계약서에 닭이 살처분됐을 때 가격 산정방법이 없었던 점과 정부가 지급한 살처분 보상액이 하림 측이 인상한 병아리 가격보다 더 높아 농가에 불이익 아니었다는 점 등을 무혐의 근거로 삼았다.

하림은 “이번 의혹은 하림과 계약관계가 없고 AI 살처분 피해농가 당사자도 아닌 제3자의 신고와 일부 정치권에 의해 일어났지만 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림의 닭값을 정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보고 이에 대해서는 과징금 7억 9800만원을 부과했다. 하림은 농가로부터 생닭을 살 때 일정기간 출하한 모든 농가의 닭가격 평균치를 근거로 가격을 사후 산정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은 2015~2017년에 생계대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생닭 값을 높이는 농가 93개를 누락했다. 이 기간 하림과 사육계약을 체결한 농가는 연 평균 약 550개며 누락된 농가는 총 93개, 낮은 생닭 값을 적용받은 건수는 총 2914건으로 전체 출하건수(9010건)의 32.3%에 달한다. 공정위는 “하림이 공정거래법 제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거래상 지위남용 중 불이익제공행위)를 했으며 이 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고 농가의 피해 우려가 있는 점을 감안해 향후 재발방지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하림은 “변상농가의 사육성적을 모집단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미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약사육 농가들과 합의돼 이행돼 왔던 사항”이라며 “이를 통해 회사가 이익을 챙겼거나 농가들에게 불이익을 주지도 않았으며 해당 농가들도 조사와 심의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확인해주었는데도 이 같은 처분이 내려져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림 계약농가 가운데 최근 10년간 경영에 실패한 농가가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은 농가와의 상생경영을 실증해 주는 회사의 긍지이며 영예”라며 “앞으로 계약농가들의 소득 향상과 농촌지역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더욱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림에 따르면 농가와 동반 상생 경영을 실천해온 계약 사육농가의 연평균 사육경비 소득은 1억 9100만원으로(2017년 육계 3회전이상 사육농가) 2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2000년(연평균 5000만원)보다 3.8배 증가한 수준이다. ㈜하림은 또 농촌지역에 6000여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만들고 임금 및 세금 등을 통해 연간 3000억원을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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