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궁내청에 소장 중이던 조선왕실의궤 중 왼쪽부터 국정도감의궤, 명성황후 국정도감의궤 발인반차도.(사진제공: 문화재제자리찾기)

약탈문화재 환수, 끊임없는 관심과 의지의 열매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지난 8월 10일 일본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는 대한민국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름 아닌 일본 궁내청에 소장 중이던 ‘조선왕실의궤’를 반환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었다.

조선왕실의궤가 제자리를 찾게 되기까지는 지난 4년 동안 의궤 환수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던 조선왕실의궤환수위(공동대표 김의정)와 문화재제자리찾기(사무총장 혜문스님) 등 민간단체의 공이 컸다.

정부도 쉽사리 해내지 못한 의궤 환수가 급물살을 타자 매스컴은 일제히 의궤 환수의 주역들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주목을 받았던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 혜문스님은 비단 이번 의궤뿐 아니라 약탈 문화재 및 행방이 묘연한 문화재를 찾는 일에 앞장선 인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올해만 해도 6.25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해외로 반출된 명성황후의 표범양탄자와 조선검의 행방을 찾아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명성황후 접견실에 깔려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표범 48마리의 가죽을 이어 붙여 만든 표범양탄자는 전쟁 당시의 약탈품으로 분류돼 1951년 8월에서 1952년 2월 사이에 주(駐)미 한국대사관에 반환된 것으로 밝혀졌으나 50여 년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미국 측 ‘기록보존소’에 반환 관련 자료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문화재제자리찾기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문화재청이나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정부 기관은 이 표범양탄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자 불과 며칠 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은 표범양탄자를 찾았다고 언론에 공개했으나 여전히 명성황후 접견실에 깔려있던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이상한 것은 박물관 측이 해당 표범양탄자를 2009년 ‘잔치풍경-조선시대 향연과 의례’ 전시에 출품할 예정이었으나 방대한 크기로 인해 진열장 내 전시가 불가해 일반에 공개가 아쉽게 무산된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는 데 있다. 이미 작년에 공개하려고 했던 표범양탄자의 존재를 올 5월 물어봤을 때는 모른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의 또 하나의 성과는 육사박물관에 보관 중이던 삼인검이 명성황후 표범양탄자 소재파악에 결정적 역할을 한 미국 측 기록문서 ‘아델리아 홀 레코드’에 기록된 ‘칼(Sword)’ 즉 ‘조선검’임을 밝혀낸 것이다.

이 조선검은 이순신 장군이 전장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쌍룡검의 행방을 찾는 가운데 발견된 것으로 혜문스님은 앞으로도 이순신 장군의 쌍룡검을 찾는 데 주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약탈문화재 환수 외에도 일제에 의해 그 존엄성을 짓밟힌 한 조선 여인의 한을 달래주고 인간의 존엄성을 바로잡는 데도 앞장섰다.

일제강점기 생식기를 적출당한 뒤 포르말린용액 속에 갇힌 채로 1955년 국과수로 넘겨져 반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짓밟힌 한 조선 여인, 일명 명월이의 한을 달래주기 위한 정부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비록 소송에서는 졌지만 표본은 국과수에 의해 소각됐고, 직접 표본을 인도받아 위령제를 지내지는 못했지만 국치일을 며칠 앞둔 지난 8월 24일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봉선사에서 천도재를 올려 명월이의 한을 달랬다.

이 외에도 문화재제자리찾기는 현재 명성황후를 살해한 칼 히젠도 환수와 이순신 장군의 쌍룡검 찾기를 비롯해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 모든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혜문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은 “지금 일본에 남아 있는 우리 문화재가 7만 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목록에 대한 확실한 연구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문화재 환수운동을 펼쳐야 한다”며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지만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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