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총장직선제 요구가 뜨겁다. 학생회 간부가 단식을 한 학교도 여러 곳이고 여러 대학에서 집회를 열어 대학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을 열어 총장직선제의 정당성을 말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라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박정희 독재를 계승한 전두환 독재에 종언을 고한 6월항쟁은 우리 사회에 억눌려 있던 민주주의 욕구를 분출시켰다.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사라졌고 ‘우리 손으로 우리가 직접 대통령을 뽑는 시대’의 회복을 시작으로 노동현장의 민주주의 공간이 열리고 언론자유의 공간도 열리기 시작했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돼 목민관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은 독재정권이 가장 무서워하던 세력이다. 4.19, 한일협정반대 투쟁, 유신반대 투쟁, 6월항쟁 때 학생이 앞장 선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독재정권은 대학생들이 노동자, 농민, 빈민 계층과 연결돼 전 국민이 들고 일어날까 두려웠다. 국민 모두가 함께 들고 일어나면 제아무리 철권통치를 하는 독재정권이라 할지라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1989년 말에 초중고 공교육 현장에서 터진 ‘참교육’ 함성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공중파와 유력 신문들은 하나같이 ‘교사가 무슨 노동자냐’며 교사들의 노동조합 결성 시도를 좌절시키고자 했고 점잖은 체 하며 시국 현안에 눈을 감아 왔던 대학교수를 비롯한 지식층은 교육의 중립성을 앞세우며 교사들이 뭉치는 걸 저지하고자 골몰했다. 노태우 정권은 공교육 현장의 외침을 틀어막으려고 교사들을 굴비 엮듯이 엮어 끌고 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시간이 갈수록 참교육의 외침은 커져만 갔다. 마침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탄생하고 민주주의에 친화적인 김대중 정부가 들어오면서 합법화되기에 이른다.

민주주의 항쟁과 역사를 함께 한 대학생들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좀 늦었지만 ‘대학 안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이 본격화됐다. 사립대로부터 시작된 총장직선제 요구는 들불처럼 번졌고 마침내 국공립대까지 퍼져 나갔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오면서 마침내 총장직선제가 제도화된다.

제도 도입 이후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총장직선제가 대학사회에 정착돼 가던 시점에 별안간 이명박 정부는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런 저런 부작용을 들면서 당장 뜯어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여론몰이가 시작됐다. “파벌-비방-포퓰리즘… 총장 선거판에 상아탑 멍든다”, 2011년 9월 24일자 신문 기사 제목이다.

총장직선제가 도입되기 훨씬 전부터 대학 사회에 파벌이 만연한 건 널리 알려진 일이다. 교직원의 임금과 복지 공약을 두고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린다고 말하는데 지나친 임금인상 공약이나 감당할 수 없는 복지 확대를 말한다면 교직원 사이에서도 비판이 일 것이다. 무엇을 ‘비방’이라 하는지 모르지만 비방 역시 감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박정희 정권은 유신체제를 만들면서 대통령 직선제가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얼룩져 국론이 분열되고 비효율, 낭비가 극심하며 선심성 공약이 난무한다고 비판했다. 총장직선제를 비판하는 세력은 유신세력과 똑같은 논리를 동원해 총장직선제를 없애고자 했다. 유유상종이라 할까.

총장비리가 터져 나와 분노를 산 이화여대와 성신여대에서 최근 총장직선제가 도입됐다. 이들 대학 선거에서 파벌, 비방, 포퓰리즘이 문제됐다는 소식은 없다. 2년 전 타오른 촛불항쟁은 역주행한 민주주의를 되돌려 놓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동덕여대, 홍익대, 고려대, 전북대, 한신대, 경희대, 서울대를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총장직선제 요구는 대학의 주인이면서도 결정 구조에서 배제돼온 학생들의 처절한 외침이다.

민주주의는 관계인 모두가 주체로 나서는 참여 민주주의가 핵심이다. 대학 민주주의는 학생의 참여를 배제한 ‘경력’이 있는 대학 당국이나 교육부가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