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간필요"..점진적 세습 전망

(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주요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8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가 공식화된데 대해 "앞으로 점진적인 세습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는 북한의 공식화된 세습절차가 비핵화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은 수년간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북한 후계세습의 첫번째 가시적인 신호"라며 "김정은을 대장의 지위에 올려놓은 것은 그의 궁극적인 권력세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번 노동당 대표자회의는 지난 10여년간 군부에 밀렸던 당의 위상을 회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만일 그렇다면 김정은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 같은 자격을 획득함으로써 후계자로서의 정당성을 더욱 확고히 굳히는 계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그러나 이런 후계세습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전략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일부 분석가들은 순진하게도 서방에서 교육받은 김정은이 권력을 잡게 되면 북한의 정책이 순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김정일 보다 온건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 정책연구원의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FPIP) 소장은 "북한의 관료주의가 20대의 젊은 리더에게 익숙해 지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김정일 스스로도 아직 권력을 내놓을만한 준비는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당분간 과도기적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페퍼 소장은 "김정일이 권력을 물려받기 위해 20년간 군부에 공을 들였던 점에 비추어 군부와의 아무런 경험도 없는 김정은이 군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퍼 소장도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확정이 전반적인 미-북 대화 혹은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고 북한의 불확실성이 좀더 해소된다면 다자간 회의가 재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신중하게 점쳤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이제 세습 과정이 시작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이지만, 과연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세습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며 "대장칭호를 부여하면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를 앞세운 점은 김경희가 당분간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는 달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에이브러햄 덴마크 선임연구원은 "김정은과 김경희의 대장 지명은 김정일 사후에 북한식 집단 지도체제가 들어설 것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라면서 "하지만 권한행사의 계통이 불명확하고, 김정은과 김경희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우선순위를 놓고 파벌다툼을 벌인다면 권력분점은 더 불안정하고, 예측불가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릴 킴벌 미 군축연구소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북한의 후계세습 과정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총비서 자리를 유지한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킴벌 연구원은 "이런 세습절차가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접근방식에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북한의 지도자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양보가 아니라 북한의 내부를 좀더 잘 이해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는 6자회담을 제궤도에 조속히 올려놓는 일 자체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이번 북한의 당 대표자회의가 권력승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과연 어느 단계의 후계세습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부족하다"며 "따라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종전과 같은 일관성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미국의 대북 제재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완화되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한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모종의 해결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북한의 `새로운' 정권이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해 비핵화를 할 용의를 보여줄 때에만 미국의 대북정책은 의미있는 변화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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