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8.9.20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8.9.20

“美가 상응조치 취하면 추가조치 하겠다” 조건부 약속
“핵보유국 인정받으려 하는 의도” 분석… 일부 긍정평가
폼페이오 “6.12싱가포르 공동성명 재확인·환영… 미북, 뉴욕·빈에서 만날 것”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된 ‘9.19 평양공동선언문’과 관련해 미국에서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체적으로는 ‘실질적인 결과’가 없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제네바 합의를 이끈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특사와 인터뷰 결과 “‘비핵화’가 아닌 ‘비핵화를 할 수 있다’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이번 공동선언에서 북한이 ‘미국이 6.12 미북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갈루치는 “불명확한 미래에 비핵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과 관계 정상화 또는 대북제재 완화 등의 조치를 먼저 취해야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조치 등을 취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진전된 내용이 아니라는 평가다.

미 민간 연구기관 애틀란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남북한의 평양공동선언문에 대해 비핵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핵 관련 모든 것의 신고’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러한 기본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비핵화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이 비핵화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여 한국 정부와 남북 협력을 추진한 다음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미국이 원하는 핵신고 등의 내용이 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비핵화에 진전은 없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은 미국과 비핵화 절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VOA와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은 과거 수차례 ‘한반도 비핵화’ 의사를 밝혀왔다”며 “이번에 약속을 다시 받은 것은 아무 의미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 역시 자신 명의의 성명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말해온 문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와 국무부에선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세이모어는 “미사일 시설 폐기에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것은 일종의 진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사일 시험장 폐기는 직접 참관하지 않아도 위성으로 볼 수 있어서 참관이 의미가 없지만, 추후 비핵화 조치에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도록 하는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존 메릴 전 미 국무부 정보분석국 동북아국장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비핵화 외교가 다시 활발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 간의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환영하면서 북한과 즉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 뉴욕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여기엔 영변의 모든 핵 시설을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관들이 참관한 가운데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과거 선언했던 동창리 (미사일) 시설 폐기를 미국과 국제 감시관들의 참관 아래 완료하기로 한 김 위원장의 결정도 환영한다”며 “이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동의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향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러한 중요한 약속에 근거해 미북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협상에 즉시 관여할 준비가 됐다”며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다음 주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만나자고 이날 오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관리들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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