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추석을 앞두고 19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과일가게를 방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9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추석을 앞두고 19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과일가게를 방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9

폭염에 출하량·상품성↓ 가격↑

상인 “손님, 가격만 물어본다”

시민 “높은물가, 지갑 안 열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어휴, 며칠 뒤가 추석이라서 평일보다는 손님들이 늘어난 것 같긴 한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추석이라고 큰 기대도 하지 않아요.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

추석을 며칠 앞둔 1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박영순(60대, 여)씨는 진열된 과일들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15년째 남대문시장에서 장사하고 있는 박씨는 “작년에는 사과 한 박스에 3~4만원 정도 했는데 이번 해는 5~6만원”이라며 “과일 값이 이런데 누가 사가겠나 싶다. 도매상에게 받는 물량도 10박스 받던 것을 7박스 정도로 줄여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명절특수’라는 말이 무색하게 전통시장 상인들의 입에서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명절특수라는 말은 옛 말”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여름에 사상 최악의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과일이나 채소 등의 출하량이 줄고, 물가도 많이 올라 찾는 손님들이 줄었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명절을 앞두고 바쁠 것 같아 언니를 도우러 왔다는 박씨 동생 박정숙(60대, 여)씨는 “추석이라서 언니를 도와주고 같이 장사하며 재미 볼 생각에 나왔는데 손님이 없다”면서 “다들 가격만 물어보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남대문시장에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최은정(가명, 60, 여)씨는 “남대문시장에 손님이 이렇게 없을 줄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다”며 “손님들이 시장조사 나온 것처럼 가격만 물어보고 그냥 간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은) 요즘 까놓지 않은 마늘은 쳐다보지도 않아서 하나하나 까놓고 봉지에 소분해서 파는데도 찾는 사람이 적다”면서 “추석 대목이라는 말은 이제 소용없다”고 토로했다.

생선을 파는 김정자(가명, 76, 여)씨는 한숨을 내뱉으며 “들어오는 물량 자체가 적다”면서 “예전에는 추석을 앞두고 생선을 쌓아놔도 금방 팔려서 집에 일찍 들어갔는데 이제는 ‘언제 다 팔고 집에 가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가족들의 수도 많지 않다 보니 적게 사간다”면서 “10년 전만 해도 한번에 6~7마리는 기본으로 사갔는데 이제는 겨우 1~2마리 사간다”고 덧붙였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이종남(62, 여)씨도 “예전에는 모이는 가족 수가 많아서 물건도 많이 사갔는데 요즘은 손님들이 사는 양 자체가 적다”면서 “그래도 지난달에 비해 채소 값이 떨어져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말대로 한 단에 8000원까지 하던 시금치는 지금 3500원으로 약 60% 떨어졌다. 다른 채소들도 폭염이었던 지난 7~8월보다는 조금씩 가격이 떨어졌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추석을 앞둔 1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상인이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9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추석을 앞둔 1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상인이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9

시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며느리와 장을 보러 나온 김은숙(70대, 여)씨는 “뉴스에 보니 전통시장이 마트보다는 저렴하다고 해서 나왔다”며 “이번에 워낙 물가가 올라서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나온 강신일(60대, 남)씨도 “첫째 아들네는 외국에 있고, 둘째 아들네는 와서 차례만 지내고 가다보니 음식을 적게 준비하게 된다”며 “아내도 이제 나이가 들어 내가 음식을 많이 하지 말고 조금만 하자고 한다. 그리고 전이나 생선 외에는 거의 만들어진 것을 사서 상에 올린다”고 설명했다.

과일가게를 기웃거리던 안선영(40대, 여)씨는 “과일 가격이 너무 올라서 시댁이나 친정 어른들께 선물로 사기 부담이 된다”며 “차라리 이 가격에 건강식품을 사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추석을 앞둔 19일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떡을 사기 위해 떡집 상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9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추석을 앞둔 19일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떡을 사기 위해 떡집 상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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