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의 자질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는 전남 장성 출신으로 대법관을 지냈고 엄격해진 청와대의 도덕성 코드를 통과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김 후보자가 이미 2005년 대법관 지명 때와 2008년 감사원장 지명 때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점을 들어 도덕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려고 했다.

일단 주요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을 전면에 내세운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달라진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이명박 대통령의 기조는 확연하고 단단했다. 도덕적 문제가 조금 있더라도 ‘일 잘하는 사람’을 뽑겠다는 의지가 인사청문회 때마다 묻어났다.

그런 이명박 대통령의 신념에 크게 금이 간 것은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때문이다. 국정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레임덕 현상을 우려했던 이명박 정권은 국정 안정을 위해 김태호 카드를 꺼내들었고,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그 선택이 주효한 듯 보였다.

하지만 김태호 전 후보자가 ‘양파총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게 되자 사태는 급격하게 변화했다. 지난해 7월 스폰서 의혹 등에 휘말리면서 청와대가 나서서 내정을 철회한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때와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말실수든 아니든 간에 김태호 후보자가 말 바꾸기를 계속 하는 바람에 청와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능력 있는’ 김태호 전 후보자가 쓸쓸히 사라지면서 청와대는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두게 됐다. 분명 기조변화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능력은 도덕성이 전제된 상황에서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 후보자는 군 면제 의혹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야권이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 못해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정부가 후보자의 도덕성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국정수행 능력을 간과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임명직이기는 하지만 총리는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한을 갖고 있다. 고도의 정치력과 위기관리 능력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아직 이 부분에서만큼은 김황식 후보자가 검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여야는 도덕성 논란에만 치중하지 말고 총리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데도 주목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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