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교회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 작금의 현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개신교 내 ‘동성애’에 대한 혐오‧증오감이 상당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국교회 주요 교단 총회에서도 ‘동성애’를 향한 반감이 담긴 결의가 쏟아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은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대책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하는 집례를 거부하거나, 이들을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예장통합은 동성애자와 동성애 행위를 조장·교육하는 사람은 목사 고시를 치를 수 없도록 결의했다. 또 총회 현장에서는 직영 신학대 총장들에게 즉석에서 동성애 반대입장을 표명해달라는 긴급안까지 나왔다. 차기 총회장 후보가 되는 부총회장에는 반 동성애‧이슬람을 다짐한 목회자들이 당선됐다.

그런가하면 예장백석대신은 ‘임보라 목사’와 ‘퀴어신학’을 이단이라고 결의했다. 예장고신도 신임 총회장이 동성애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러첨 주요 교단들이 마치 동성애를 향해 전쟁이라도 선포한 듯 한목소리를 냈다.

또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이라도 하듯 한국 개신교가 가장 열심히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분야도 반동성애 부분이다.

양희송 대표는 최근 가짜뉴스 생산에 개신교가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부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을 놓고 ‘동성애 혐오 설교하면 잡혀 간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동성애가 창궐한다’는 식으로 과도한 확대 해석 혹은 왜곡된 주장을 펼쳐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한국 개신교와 ‘동성애 반대’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이사장 유길수, 원장 김영주) 박재형 연구실장이 최근 월간지 기독교사상지에 기사연이 동성애와 관련해 진행한 설문에 대한 분석을 담은 논문을 기고해 눈길을 끈다.

‘설문조사로 본 한국 개신교인들의 신앙관과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박 연구실장은 “한국 개신교는 동성애, 특히 남성 동성애에 대해 강경반 반대 입장을 견지하면서 동성애자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기사연은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7일까지 전국 16개 시도 만 20~60세 성인 남녀 1000명(개신교인 800명, 비개신교인 200명)을 대상으로 ‘신앙관, 개헌, 남북관계 및 통일, 동성애’에 대하 개신교인의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포본오차는 신뢰수준 95% 기준 ±3.1%p이다.

박 연구실장은 이 조사가 사회에 첨예한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근본주의적 신앙과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그 실체를 드러내고자 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의 비율은 45.6%, 다른 종교나 가르침에도 구원이 있다고 생각하는 신자들의 비율은 28.4%로 조사됐다. ‘구원’에 대해서는 대체로 개인의 영혼 구원(62.6%)을 의미했다. 개인주의적이고 내세적인 구원관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36년 전 과반수가 넘는 개신교인들이 ‘개개인이 구원 받고 천당 가는 것’을 구원의 내용으로 보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는 수치다. 당시 평신도 66.9%, 목회자 74.6%가 ‘구원’에 대해 이 같이 해석했다.

동성애에 대한 인식은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동성애는 죄인가”라는 질문에 개신교인 28%가 ‘매우 그렇다’, 25.5%가 ‘그렇다’로 답변했다. 비개신교인은 각각 5.5%, 13%로 큰 차이가 났다.

즉 ‘동성애의 죄인식’ 문제에 대해 개신교인은 53.5%, 비개신교인은 18.5%로 35%p 이상 월등하게 높은 수치르 나타냈다. 동성애가 죄가 아니라고 답한 개신교인이 23%인데 반해 비개신교인 45%로 확연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개신교인은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동성애를 죄로 보는 경향은 20대가 40.1%, 30대가 51.9%, 40대 51.1%, 50대 57.7%, 60대 69.1%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동성애를 죄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같은 연령대라도 개신교인이 비개신교인보다 동성애를 죄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었다.

박 연구실장은 “이러한 결과는 근본주의적 보수 개신교가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과 함께 개신교인들이 교회가 전하는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동성애가 질병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개신교인의 45.2%, 비개신교인의 23.5%가 동성애를 질병으로 인식했다. 또한 ‘동성애가 에이즈와 같은 질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도 개신교인의 55.1%, 비개신교인의 3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동성애를 죄로 인식하는 개신교인일수록 동성애가 에이즈 등과 같은 질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는 분석이다.

개신교인의 신앙관과 동성애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설문도 진행됐다. 설문에 참여한 개인교인 중 성서무오설을 믿고, 구원은 기독교에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50.9%, 45.6%로 나타났다. 성서무오설을 믿고 개인구원이 사회구원에 우선한다는 근본주의적 신앙관을 가진 개신교인일수록 동성애를 죄로 인식하고 동성애 이슈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 연구실장은 “이러한 조사결과는 그간 한국 개신교가 보여준 동성애 혐오를 잘 설명해준다”며 “결국 개신교인 동성애자들은 이러한 현실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신앙생활을 하거나 자신들에 대한 교회의 인식과 태도에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고 있으며,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 개탄했다. 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이 결국 생명까지도 위협한다는 사실을 교회는 다시금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교회에 출석하면서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 있는 성소수자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도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고 형제이자 자매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