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김정수 세븐브로이 마케팅총괄 고문이 12일 서울 마포구 세븐브로이맥주 PUB 마포점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2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김정수 세븐브로이 마케팅총괄 고문이 12일 서울 마포구 세븐브로이맥주 PUB 마포점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2

김정수 세븐브로이 마케팅총괄 고문 인터뷰

“식문화 구조 변화에 맥주 맛 바꿔야”

“국내, 맥주 연구에 투자 많이 해야”

 

“수제맥주, 신선도 높고 향까지 갖춰”

“과세, 종가세→종량세로 바꿔야”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한국 맥주 시장이 달라졌다. 풍성해졌다. 맥주 4캔에 1만원하는 수입맥주에서부터 ‘대동강 페일 에일’ ‘강서 맥주’ ‘달서 맥주’ ‘해운대 맥주’ 등 지역 이름을 딴 맥주까지 등장했다. 어떤 맥주를 마실까. 맥주 진열대 앞에서 소비자들이 고민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쌀 소비는 줄고, 단백질 섭취량이 늘면서 자연스레 육류 판매량도 늘어났어요. 단백질은 쓴맛을 가지고 있는데, 이 맛에 맥주가 어울리는 겁니다. 맛의 기준이 바뀐 거예요.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큰 맥주 회사들이 안주하고 있는 사이에 수입맥주, 수제맥주가 대체시장으로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춰서 성장하고 있어요. 특히 수제맥주는 신선도에 풍부한 향까지 있어요.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향이 부가가치가 엄청 높다는 사실이에요.”

디지털 마케팅 전문회사 ㈜에이튜드 대표이자 수제맥주 전문점 세븐브로이에서 마케팅 경영 컨설팅을 맡고 있는 김정수 마케팅총괄 고문은 맥주시장 현주소를 진단하고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고객의 식문화에 변화가 일어났으니, 맥주 시장도 그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고문은 1990년대 초반 만년 2위 맥주 회사였던 하이트에 마케팅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지하 150m의 100% 암반 천연수’라는 하이트 맥주 콘셉트를 개발했다. 당시 조선 맥주(하이트맥주의 전신)를 업계 1위로 단숨에 올라서게 한 주인공이다.

지난 12일 세븐브로이 공덕점에서 김 고문을 만났다. 더울 때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처럼 쾌활하고 털털한 성격이 인상적이었다.

― 현재 맥주시장 상황은.

예전에는 국내 맥주 메이저사가 시장을 안정적으로 끌고 갔다. 소비자들은 그 시장에서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다. 하지만 시장이 개방되면서 눈을 뜨기 시작했다.

맥주시장이 2010년 전에는 국내 라거맥주가 98%, 수입맥주가 2% 내외이었으나 2018년 현재는 수입맥주가 할인매장 편의점에서 60% 정도 점유하고 있다. 이것이 수입맥주가 국내맥주를 식민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름도 없는 가격만 싼 브랜드들이 수입맥주라는 이유로 카테고리 전쟁 중이다.

결국 아직 맥주브랜드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 안 된 맥주 브랜드 초기 경험 단계시장으로, 여기에 맥주의 본질인 신선도 맥주다움 진정성, 전통성·품질이 보장된 국내 수제맥주가 틈새시장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수입맥주와 수제맥주의 차이는.

맥주는 공장에서 가까울수록 맛있다는 얘기가 있다. 신선도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나온 것을 가장 빨리, 가까이서 먹는 게 제일 좋다.

수입맥주 같은 경우는 대부분 1~2개월 정도 컨테이너 안에 실려 뜨거운 적도를 지나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수입맥주로 맥주 본래의 신선한 맛을 마신다는 것은 어렵다. 그런 맥주가 과연 좋은 맥주일 수 있을까. 국내에서 만든 가까이서 만든 것이 제일 좋다. 우리나라 수제맥주 기술도 많이 향상됐다.

― 수제맥주가 수입맥주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맥주 과세기준이 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어야 한다. 많은 나라들이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이것은 지역맥주가 활성화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국가에서 가격 주세 체제를 바꿔줘야 한다. 현 맥주 과세체계인 종가세는 출고가격 기준으로 주세(72%)와 교육세(주세의 30%)를 매긴다. 반면 수입맥주는 신고가에 주세를 붙인다. 신고를 낮춰 주세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가격 신고할 때 국세청에 원가를 다 분석해서 한다. 국내 맥주는 만원에 4개를 할 수 없는 구조다.

― 수제맥주의 전망은.

문화는 역진을 못한다. 전진만 있다. 후진하면 삶이 어떻게 되겠나. 사람들이 수제맥주의 가치와 맛을 알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한 기업을 밀어줄 수 없다. 산업은 밀어줄 수 있다. 수제맥주 관련 법, 용량, 세제 등을 해주는 것은 사업을 키워주는 것이다. 특정 기업을 밀어주는 게 아니다. 경쟁력을 가져 매출 100억원이 넘어가면 수입맥주랑 싸울 수 있게 된다. 경쟁을 통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

9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 수돗물에 불신이 생겨 생수 회사가 활보했다. 그때도 100개가 빠른 속도로 생겼다. 현재는 생수 회사가 10개도 안 된다. 다 정리되고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생수 회사다. 수제맥주도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을 할 것이다.

― 한국 맥주에 대한 과제는.

맥주 연구에 투자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맥주 효모도 외국에서 사다 쓴다. 일본 가면 맥주에서 나오는 미생물을 가지고 사업을 많이 한다. 부산물 비료 연료화 등등이다. 우리나라는 맥주와 관련된 것은 안 하고 건설, 패션 등 이런 것에 투자한다. 맥주 주변 전방 후방 사업이 발전해야 맥주사업이 발전한다. 물, 보리, 효모 등 사업 전체가 온전해야 한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김정수 세븐브로이 마케팅총괄 고문이 12일 서울 마포구 세븐브로이맥주 PUB 마포점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 전 한강맥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2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김정수 세븐브로이 마케팅총괄 고문이 12일 서울 마포구 세븐브로이맥주 PUB 마포점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 전 한강맥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2

― 이번에 세븐브로이에서 한강맥주 출시 의미는.

나에게 맥주는 소통이다. ‘한강맥주’는 본 상표에 한강다리 중 최고의 야경으로 소문난 가양대교를 소재로 했다. 젊은 남녀커플이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며 소통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담았다. 이런 울림이 한강다리를 통해 강남·북이 소통하듯, 맛과 향이 그윽한 한강맥주를 즐기면서 갈증과 갈등을 해소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며 제품을 기획했다.

또한 북한에는 대동강 맥주가 있다면 한국에는 한강맥주가 있다. 남북한도 맥주로 소통하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도 담고 있다.

수제맥주와 레저-캠핑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문화타운형공장으로 만든 세븐브로이양평공장 조감도. (제공: 김정수 고문)
수제맥주와 레저-캠핑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문화타운형공장으로 만든 세븐브로이양평공장 조감도. (제공: 김정수 고문)

 ― 앞으로 계획은.

이번에 완공한 세븐브로이 양평 공장은 수제맥주와 함께 레저와 캠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문화타운형 공장이다. 식사도 하고 맥주도 마실 수 있다. 맥주 공장도 보여주고, 수제맥주 원료도 보여준다. 농장 앞에 텐트도 칠 수 있다. 볼거리와 즐길 문화가 있어 가족이나 연인들이 와서 쉬어 갈 수 있다. 데이트 코스도 있다. 맥주만 파는 공장이 아닌 새로운 문화의 콘텐츠가 있는 공장이다. 1~2년 안에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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