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생의 교단일기] 학교단위 내신 관리는 교사의 부정을 막을 수 없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학교단위 내신 관리는 교사의 부정을 막을 수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병용 칼럼니스트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해 같은 학교에 다니던 딸의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립고교 전 교무부장이 징역 1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교무부장의 자녀는 조작된 학생부로 서울소재 대학에 내신도, 수능성적도 필요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했다 퇴학처리 됐다. 재판부는 “교사의 지위를 이용해 대학 입시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신뢰를 배신했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서 보듯이 교사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린 입시비리 행위다. 정유라 이대 입시비리와 다를 게 없다. 강력하게 처벌해야 재발을 막을 가능성이 크지만, 자식의 진학에 눈이 먼 교사들의 비리가 완전히 근절 되리란 보장은 없다.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인 교무부장도 현재 피의자로 전환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2014년 1건이던 시험지 유출 사건은 해마다 늘어 2017년 4건, 2018년 올해 1학기까지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알려진 유출 사건만 이 정도지 알려지지 않은 유출 사건을 추정할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상피제가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일부 친한 교사의 수행점수 몰아주기, 내신 봐주기가 가능한 것이 문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신에 대한 불신감이 커져 국민들은 수시, 학종 폐지, 또는 축소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달아 터지는 고교 입시비리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모든 일탈을 관리할 순 없다. 최근 부정 사례가 많이 보도되면서 시·도교육청의 현장 점검 횟수를 강화하고 있지만 교육청에서 학생부를 일일이 들여다보는 건 한계가 있다. 일손이 부족할 뿐더러 학교에선 어떻게든 편법을 쓰려고 한다. 점검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양심껏 교육해야 한다”며 학교 탓으로 돌린다. 현행 내신제도의 허점과 비리 가능성을 교육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교사들은 학종을 공교육의 위상을 강화시키는 수단이라 보고 있다. 전국 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 진로진학상담 교사협의회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774명 중 71%(555명)가 ‘정시 확대 반대’를 선택 했다. 그 이유로, 수시가 다양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39%), 수능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맞지 않다(33%), 수능이 사교육 유발의 주범이다(22%) 순으로 선택했다. 교육부가 학교에서 얼마든지 편법이 가능하고 감독의 한계가 있다고 밝힌 수시와 학종을 교사들이 찬성하고 유지하려는 이유가 교사의 권위를 유지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은 “쌍둥이 자매가 학원에서 특강을 받아 내신이 급상승 했다”고 해명했다. 수능이 사교육 유발의 주범이라는 교사들의 설문결과와 맞지 않는 말이다. 수능은 학원비와 과외비가 문제가 된다고 하지만 수시, 학종 제도는 학원비와 과외비 외에 내신, 수행평가, 봉사활동, 자소서 까지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금수저 자식들은 이 모든 것을 컨설팅과 사교육, 부모의 능력에 의지해 충분한 도움을 받는다. 반면 흙수저 자식들은 혼자의 노력만으로 경쟁해야 한다. 아예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고 사다리를 걷어차는 제도다.

수능은 인터넷 강의가 발달해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지역이나 돈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실력향상이 가능하다. 수능위주의 정시가 확대돼야 취약계층의 명문대 진학, 신분 이동도 기대할 수 있다. 늦게 철이 들어 공부하는 아이들, 대학을 포기하고 사회 생활하다 다시 공부하는 아이들 모두에게 패자부활전을 통해 재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가 수능이다. 20% 정도 적정한 수준의 내신을 반영하면 공교육의 황폐화도 막을 수 있다. 

지금의 학종과 내신 제도는 일선학교에서 고교 1학년 때 선택된 소수의 우수학생 몰아주기로 변질되고 있다. 학생들은 오로지 내신, 시험, 공부에만 매달려야 해 창의성 있는 인재가 나오지 않는다. 창의성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고 운동하고 팀 활동을 하면서 자연적으로 길러진다. 친구를 경쟁자로만 인식하게 하는 내신 제도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아이들을 옥죄는 최악의 입시제도다.

수시, 학종이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그 제도를 악용하는 어른이 문제다. 어떤 입시제도라도 단점은 있다. 하지만 수능은 최소한 불공정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은 없다. 불공정이 나라를 병들게 하고 무너뜨린다. 학생의 노력만으로 평가받는 공정성이 보장되는 전국단위 시험으로 입시제도가 변해야 한다. 공무원 시험도 내신과 학종으로 선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