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여야, 비핵화 기대감 ‘평행선’… “우리도 블랭크” vs “반드시 성과”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여야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논의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설계도를 제시하며 평행선을 긋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위한 논의 진전에 방점을 찍은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성과에 무게를 두며 양보 없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발맞춰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논의 진전’을 목표로 세우면서도 비핵화 논의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이해찬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비핵화 일정과 관련해 “(논의) 당사자가 아니라서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종전선언과 함께 논의될 것이라 본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방북 목적 중 하나가 비핵화에 관한 논의진전이라 하셨다. 진전 있을 것이라 보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까지라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한국당은 경협이나 종전선언 논의가 결코 비핵화 논의를 앞서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전날 아침회의에서 “우리가 너무 빨리 가서 경협과 또 다른 이야기들 종전선언이나 이런 것만 잔뜩 이야기되는 그런 회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밝힌다”며 핵물질 신고 등 김정은 위원장의 구체화된 비핵화 약속을 받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도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재확인에 그쳐서는 안 되고 ‘구체성’을 요구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제재국면의 현실에서 비핵화 진전 없이 지나치게 장밋빛의 남북교류와 경협만을 앞세우는 것은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의미가 없다. 핵 리스트와 비핵화 일정을 제시하는 등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구체성을 띄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남북경협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달리했다. 특히 수행단 구성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대기업 총수가 대거 포함된 것과 관련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국당은 대기업 총수들이 방북과 함께 지나치게 남북 간 경협문제가 깊숙이 논의되는 것에 반감을 드러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수행단 구성만 놓고 보면 이번 방북이 비핵화 중재를 위한 방북인지,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방북인지 헷갈리는 마당에 회담의 본질적 목적에 벗어나는 회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북한은 아직까지 UN대북제재 대상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도 여전히 저촉되는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방북 수행단 포함과 관련해서도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작년 5월 출범한 뒤에 대통령 수행 경제 사절단 선정 기준과 관련해 사업 연관성이 있더라도 탈법, 불법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는 경우에는 배제한다는 원칙을 제시해 온 것과 이번 방북단 경제인 사절단을 참여시킨 것은 문재인 대통령 입맛대로 하고 있다는 걸 여지없이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바른미래당 손 대표도 가세했다. “4대 기업 총수 등 경제계 인사와 남북 경협 관련 장관, 기관장의 동행도 경제 협력을 준비한다는 면에서는 이해하지만 동시에 국제사회의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비핵화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함께 유엔의 대북 제재는 엄연히 살아있는 현실이며 남북관계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 대표는 경협과 관련해 “국제사회 제재와는 상관없다. 경제교류가 이뤄지거나 투자가 이뤄지거나 그런 게 아니고 일차적으로 방북해서 서로간의 대화를 모색 단계라 국제 규제와 직결된 것 아니다”고 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수행단에 포함한 것에 대해 이는 비판여론과 관련해서 “재판은 (재판대로) 진행 중인 것이고 이재용 회장은 중요한 경제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교류협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측면”이라며 “언론이나 여론의 비판에 대해서는 저희도 잘 새겨 들어야겠다 생각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보수 야당 대표들이 수행단 합류를 거절한 데 대해 ‘방관자로 남아선 안 된다’며 야권을 압박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전날 아침회의에서 “이런 역사적 만남에 국회만 반쪽 참여하게 된 것이 참으로 아쉽다”며 “보수야당도 언제까지 방관자로 남아선 안 된다. 동행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 야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