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60년간 은폐… “추기경 등 고위성직자 가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사제들의 성학대 은폐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이번에는 네덜란드 가톨릭교회가 60년을 넘게 성추문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AFP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일간 ‘NRC한델스블라트’는 “가톨릭교회가 1945년부터 2010년까지 65년 간 사제들의 아동 성학대 사실을 숨겨 더 큰 피해를 낳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 기간 추기경·주교·보좌주교 등 고위 성직자 20명이 사건 은폐에 가담했다”고 알려 충격을 더하고 있다.

네덜란드 가톨릭교회의 홍보담당자 다프네 반 로젠달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NRC 보도 내용 중 일부는 사실”이라며 성추행 은폐 사건을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사건이 공고시효가 만료됐다. 사건에 연루된 성직자들 가운데 대부분이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황청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교황이 성추문 은폐 의혹을 사고 있는 미국 가톨릭교회의 대표단과 면담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날 교황청에서 미국 가톨릭주교회의(USCCB) 의장인 다니엘 디나르도 추기경, 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숀 패트릭 오말리 미국 보스턴 대주교(추기경), 브라이언 브랜스필드 USCCB 사무총장 등 미국 교회 대표단을 만났다. 이번 면담은 공개되지 않았다.

성학대 은폐 의혹으로 미국 가톨릭교회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14일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대배심이 2년여 조사 끝에 성직자의 아동 성학대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1940년대부터 70여년간 가해 성직자만 300명 이상이었으며 피해 아동은 1000명이 넘어 파문이 일었다. 조사결과 대부분 피해자는 소년들이었고, 일부는 성폭행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가톨릭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 사건은 13억 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교황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추락시켰다. CNN이 지난 1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교황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절반에 못 미치는 48%에 그쳤다. 가톨릭 신자 사이에서 교황의 지지율도 18개월 전 83%에서 63%로, 무려 20%포인트나 빠져 이 사건의 심각성을 알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